[사설]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

입력 2018.11.09 03:20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7일 국회에서 "경제가 지금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지금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때"라면서 한 말이다. 이 발언을 듣고 청와대를 떠올린 사람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김 부총리는 여야 정치권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을 겨냥한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진의는 알 수 없지만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라는 그 말 자체만은 우리 경제가 처한 현 상황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청와대가 추진한 대부분의 경제 정책은 사실은 정치 정책이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 자체가 경제에 정치와 이념 논리를 들이댄 사례다. 소득은 성장의 결과일 뿐인데도 앞뒤를 뒤집어 역주행 경제 실험을 강행했다. 경제 현실을 무시하고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리는가 하면 반기업·친노동 편향 정책을 쏟아내 시장을 왜곡시켰다. "정부가 최대 고용주가 되겠다"며 기업만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경제의 기본원리마저 무시했다. 고용 숫자 눈가림을 하겠다고 국민 세금 퍼부어 단기 알바를 급조하는 것은 경제 정책이 아니라 정치다. 대중 인기만 생각한 포퓰리즘이자 지지층을 겨냥한 '정치적인 경제 운영'이었다.

그 결과는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감소,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 설비투자 감소다. 자영업과 서민경제가 어려워지고 경기는 완연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지려 한다. 국책연구소인 KDI조차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소득주도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한다. 경제 실력을 넘는 복지 과속도 멈추려 하지 않는다. 대선 공약이라면서 계획경제에서나 볼 법한 이익공유제 법까지 만들겠다고 한다.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청와대는 경제부총리부터 교체한다. 경제부총리도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청와대의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경제 정책이다. 일부에선 새 부총리, 새 청와대 정책실장 체제에서 정치적 경제 정책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본질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부총리 경질이 아니라 청와대의 경제 철학을 교체하지 않으면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



조선일보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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