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트럼프와 정상회담 앞두고 “중국의 길 존중해달라”

박수현 기자
입력 2018.11.08 23:06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의 갈등을 상호 양보를 기반으로 한 대화로 풀고싶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 역시 스스로 택한 길을 통해 발전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역·안보 문제 등과 관련해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용의는 있으나,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 등 국가 첨단산업 육성정책과 관련한 문제는 양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음 달 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과 함께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유책과 견제구를 동시에 날린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2018년 11월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CCTV
시 주석은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부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중국과 미국은 서로의 전략적 의도를 올바르게 판단해야 한다"며 "중국은 대화로 문제를 풀기 원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택한 발전의 길과 정당한 이익 추구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미국 내에서 중국과 관련해 부정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은 평화 발전의 길을 견지하며 상호존중과 협력, 공영을 바탕으로 한 미·중 관계를 위해 힘쓰고 있다. 미국은 평등호리(平等互利)의 기초 위에서 상호 양보의 정신으로 우호적 협상을 통해 양국 간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40여년을 돌아보면 비바람과 굴곡에도 미·중 관계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전진을 해왔다며 국제사회도 앞으로 미·중 관계가 정확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2018년 11월 8일 베이징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중국 외교부
앞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만나 "협력은 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하게 정확한 길"이라며 "최근 미국 내부에서 대중(對中)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충돌·대립하지 않고 상호존중과 상생협력의 미·중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왕 부장은 이날 마리즈 페인 호주 외무장관과의 회동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전화통화에서 건강하고 안정적인 양국 관계에 대한 중요한 합의를 도출했다며, G20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의 만남이 양국 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대규모 보복 관세를 주고 받으며 일촉즉발로 치닫던 미·중 관계는 지난주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를 계기로 해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과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이 이끄는 대표단도 오는 9일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만나 2차 외교·안보대화를 할 예정이다. 양 위원은 사전에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만나 양국이 협력하자고 밝혔다.

키신저 전 장관의 방중 또한 무역전쟁으로 악화된 양국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으로 해석된다. 키신저 전 장관은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내며 미국과 중국의 데탕트(Detente·긴장 완화)를 주도한 인물로, 현재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확실한 이득을 챙기기 전까지는 고삐를 늦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7일(현지 시각) 중국산 일반합금 알루미늄 판재에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노동자와 기업들을 불공정한 무역관행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과격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상무부는 이런 요구에 부응해 덤핑 또는 보조금을 받는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구독이벤트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