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숙명여고 쌍둥이, 성적이 뭐기에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18.11.08 19:00

서울 숙명여고 교무부장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 아직도 떠들썩합니다.
교무부장은 구속됐습니다.
검찰은 일단 경찰의 논리가 부실한 것은 아니니 구속시켜 수사를 좀 더 해야겠다고 본 것이지요.

아버지는 정말 시험지를 훔쳐 딸에게 주었을까요.
"아버지는 교무부장이다. 아버지는 딸들에게 시험지를 구해줄 위치에 있었다. 아버지가 평소에 하지 않던 야근을 두번이나 했다. 미심쩍다"
경찰은 그렇게 본 것입니다.

쌍둥이 자매 중에 동생 아이는 이과생인 모양인데요, 화학시험 출제 교사가 잘못 적어놓은 서술형 오답을 그대로 답안지에 적어냈던 유일한 학생이라고 합니다. 정답은 15대11인데, 이 아이는 화학교사가 애초 잘못 제출했던 오답 10대11로 답안을 적어냈다는 겁니다.
또 사건이 불거지자 아버지는 집에 있던 컴퓨터를 교체합니다.
경찰은 이런 정황 증거가 18개나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도 딸들도 한사코 범행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촬영 복사 같은 직접 증거가 없습니다. 아이들 어머니는 자퇴신청을 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보면서, 저도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참 착잡했습니다.
먼저 아버지와 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들이 결백하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결코 용서 받지 못할 엄청난 마녀 사냥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경찰의 조사 결과가 맞는다면, 저는 이제 인간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딸을 가진 ‘딸 바보’ 아빠는 순간적으로 실수할 수 있습니다. 장발장은 조카들을 위해 빵을 훔칠 수 있습니다.

경찰 주장이 맞는다면, 그깟 중간고사가 뭐기에, 그깟 기말고사가 뭐기에, 인간 존재를 파괴하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야 할까요.

아버지는 쉰한 살, 딸들은 열일곱 살입니다. 아버지는 살아온 만큼 더 살아야 하고, 딸들은 앞길이 구만리입니다. 실수 때문이 아니라, 끝까지 잡아떼면서 인간성이 파괴되는 것입니다.
마녀 사냥인지, 인간성 파괴인지 착잡합니다.

*TV조선 ‘신통방통’ 진행자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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