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휩쓴 女風… 20代 최연소, 첫 무슬림 하원의원

뉴욕=오윤희 특파원
입력 2018.11.08 03:00

[美 중간선거]
상·하원 120명 넘고 주지사도 9명 전망… 역대 가장 많아

6일(현지 시각)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역대 최연소 연방 하원 의원이 탄생했다. 뉴욕주 14선거구 연방 하원 의원에 도전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테즈(민주당)다. 지난달 만 29세가 된 오카시오 코테즈는 2015년 뉴욕주 21선거구에서 당시 30세 나이로 하원 의원에 선출된 엘리제 스테파닉(공화당)의 기록을 제치고 미국 정치사상 최연소 연방 하원이 됐다.

오카시오 코테즈는 이날 78%의 득표율로 공화당 앤서니 파파스를 누르고 승리했다. 그는 지난 6월 민주당 예비 선거에서 당시 민주당 내 '넘버 4'로 꼽히던 10선(選) 조 크롤리 의원을 제치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 바텐더 출신에 정치 경험이라고는 없는 라틴계 20대 여성인 오카시오 코테즈는 이를 계기로 일약 '수퍼 스타'로 떠올랐다. 당선이 확정된 직후 승리 연설에서 오카시오 코테즈는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의회 전문지 더힐은 "오카시오 코테즈의 승리는 민주당 내 세대교체와 신선한 사고를 갈망하는 열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6일(현지 시각) 실시된 미 중간선거에서 미시간주 13선거구 연방 하원 의원으로 당선된 팔레스타인 이민자 출신 민주당 라시다 틀레입(42·왼쪽)이 어머니 어깨에 팔을 얹고 활짝 웃고 있다.이미지 크게보기
우린 무슬림입니다 - 6일(현지 시각) 실시된 미 중간선거에서 미시간주 13선거구 연방 하원 의원으로 당선된 팔레스타인 이민자 출신 민주당 라시다 틀레입(42·왼쪽)이 어머니 어깨에 팔을 얹고 활짝 웃고 있다. 미네소타 5선거구에서 연방 하원 의원으로 당선된 소말리아계 난민 출신 일한 오마르(37·오른쪽)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미국의 첫 여성 무슬림 의원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 가운데 하나는 오카시오 코테즈를 비롯한 여성들의 약진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상·하원의 여성 의원이 현재 총 107명(상원 23명, 하원 84명)에서 120명 이상으로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7일 오전 9시 30분(미 동부 시각·한국 시각 오후 11시 30분) 현재 하원에서만 최소 100명 이상의 여성이 당선을 확정 지었다. 여성 주지사도 기존 6명에서 9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USA투데이는 "올해는 여성 의원들이 처음 대거 당선돼 '여성의 해'라고 불린 1992년 상황을 재현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번 중간선거 본선에 출마한 여성 후보자도 상·하원 270명, 주지사 후보 1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번에 선출된 여성 당선자 가운데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들이 많다. 미네소타 5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 일한 오마르(37)와 미시간 13선거구에 단독 입후보한 민주당 라시다 틀레입(42)은 첫 무슬림 여성 의원이 됐다. 80%에 가까운 지지율을 얻어 공화당 소속 제니퍼 질렌스키 후보를 이긴 오마르는 어린 시절 내전을 피해 케냐 난민 캠프에서 4년을 보낸 소말리아 난민 출신이다. 그는 승리 연설에서 "나는 오늘 히잡을 쓴 최초 의원, 최초의 난민 출신 의원, 최초의 무슬림 여성 출신 의원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당선자로서 여러분 앞에 서게 됐다"면서 "미네소타는 단지 이민자를 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를 워싱턴에까지 보냈다"고 해서 박수를 받았다.

매사추세츠주 제7선거구에선 아야나 프레슬리(44) 후보가 매사추세츠주 첫 흑인 연방 하원 의원으로 당선됐다.

이 지역에선 유색 인종 여성이 후보로 출마한 것도 처음이다. 오카시오 코테즈가 거물급 정치인을 꺾은 것처럼 프레슬리도 민주당 예비 선거에서 1998년 당선 이후 10선을 이어온 마이클 E 카푸아노 하원 의원을 꺾어 이변을 일으켰다. 프레슬리는 공화당에서 경쟁 후보가 나서지 않아 의회로 입성하게 됐다. 이 밖에도 상원에선 공화당 마샤 블랙번(66)이 테네시주 첫 여성 상원으로 당선됐고, 보수적인 캔자스주 3선거구에선 레즈비언인 샤리스 데이비스(38·민주당)가 최초의 여성 원주민(인디언) 하원 의원이 됐다.

'여자 대 여자'라는 대결 구도로 눈길을 끈 선거구도 의회·주지사 선거를 통틀어 총 32곳이었다. 애리조나 상원 선거의 경우 제프 플레이크 상원 의원(공화당)이 불출마를 선언해 공석이 된 자리에 양당에서 여성 후보가 출마했다. 애리조나에선 여성 상원 의원이 배출된 적이 없다. 공화당에선 과거 미 공군 조종사로 활동했던 재선 하원 의원 마사 맥샐리(52)가 출마했고, 민주당에선 양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3선 하원 의원 커스텐 시네마(42) 후보가 나와 팽팽한 승부를 벌였다. 7일 오전 8시 30분 현재 개표가 99% 완료된 상황에서 맥샐리가 시네마를 0.9%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반면 여성 후보의 당선이 막판에 좌절되기도 했다. 흑인 여성 최초로 조지아주지사에 도전장을 낸 민주당 스테이시 에이브럼스(44) 후보는 내무장관을 역임한 공화당의 현역 주지사 브라이언 켐프에게 약 7%포인트로 뒤져 패배했다.



조선일보 A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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