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이번엔 적중… '2016년 악몽' 탈출

배준용 기자
입력 2018.11.08 03:00

시종일관 신중한 모습 보여
언론들 "여론 맹신 말라"

미국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에 지난 2016년 미 대선은 악몽이었다. 대선 하루 이틀 전부터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를 꺾고 당선될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을 했다가 망신을 당했기 때문이다. 2008년 대선에서 미 50개 주 중 49개 주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얻은 선거분석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538)'도 당시 "클린턴이 이길 확률이 72%"라고 예측했다가 굴욕을 당했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언론이 미국인의 거대한 외침을 놓쳤다"며 자성을 담은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절치부심했기 때문일까. 6일(현지 시각) 치러진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미 언론과 여론조사기관 대부분의 전망이 대체로 맞아떨어졌다. 상원은 공화당이,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과 달리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은 선거 전망과 결과를 전하면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선거 결과 전망에도 "결과가 바뀔 가능성이 잠재한다"는 전제를 덧붙였다. '538'의 경우 최종 예측에서 "공화당 상원 승리 확률은 82%, 민주당 하원 승리 확률은 85.8%"라고 하면서도 "양당의 하원 의석 격차는 20~54석 사이를 오갈 수 있다"며 전망치를 폭넓게 제시했다.

선거 당일에도 언론들은 "여론조사 결과나 선거 분석을 맹신하면 안 된다"는 기사들을 쏟아 냈다. 뉴욕타임스는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다가 막판에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개표 초반부터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강세가 두드러졌지만 미 ABC 방송은 "우리는 실제 (개표) 결과를 따라갈 것이며, 함부로 가정하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도 기존 전망을 벗어나는 곳이 속출했다. '러스트 벨트' 중 한 곳인 인디애나주(州) 상원 선거는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조차도 현직 민주당 의원인 조 도넬리의 우세를 점쳤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공화당의 마이크 브라운 후보가 10%포인트 가깝게 표를 벌리며 당선됐다. 여전히 '샤이 트럼프(Shy Trump,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사람들)'의 표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조선일보 A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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