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활을 켜면… 거장의 音이 들린다

김경은 기자
입력 2018.11.08 03:00

나란히 첫 음반 낸 두 사람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30)와 양인모(23)가 나란히 생애 첫 음반을 냈다. 소니뮤직이 선보인 '김다미의 드보르작'과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나온 '파가니니 24개의 카프리스'. 둘 다 미 뉴잉글랜드 음악원, 미리엄 프리드에게서 배웠고, 5년의 시차를 두고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와 한국인 최초 우승을 거머쥔 '샛별'이다. 하루 간격으로 두 사람을 만났다.

['콩쿠르 여왕' 김다미]

"데뷔 음반을 드보르자크 협주곡으로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베토벤이나 차이콥스키 협주곡에 비하면 드보르자크는 기교는 어려운데 화려함은 덜해 고생한 티가 안 난달까(웃음)."

/목프로덕션
김다미는 지난 9월 다미안 이오리오가 지휘하는 슬로바키아의 슬로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드보르자크 바이올린 협주곡, 로망스, 유머레스크 7번을 녹음했다. 2015년 최고 클래식 축제인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혼자만의 무대를 전석 매진시키며 주목받았던 그는 다섯 살에 쥔 바이올린을 하루 열 시간씩 연습해 2010년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와 최고 파가니니 카프리스 특별상, 이듬해 나고야 무네쓰쿠 콩쿠르에서 우승, 1년 뒤 하노버 콩쿠르에서 또 우승한 '콩쿠르의 여왕'. 하지만 "피를 말렸던 콩쿠르와는 다른 차원에서 죽을 만큼 힘든 게 음반 작업이더라"며 "슬로박 필과 하루 만에 녹음해야 했기 때문에 압박감이 대단했다. 녹음 직전 곡이 바뀌는 악몽도 꿨다"고 했다.

녹음 제의는 지난해 슬로박 필에서 먼저 했다. 드보르자크 협주곡은 고교 때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3악장을 협연한 추억이 있지만 그 후론 손도 안 댔던 곡. 하지만 "드보르자크의 나라인 슬로바키아에서 그의 곡을 가장 잘 소화하는 악단과 호흡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1740년산 도미니쿠스 몬타냐나로 녹음한 이번 음반은 슬픔을 억누르는 가운데 감성적 선율을 드러내는 드보르자크를 담담히 표현했다. "서른 살 저의 고군분투가 녹아든 '첫 경험'이지요." 9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와 통영에서 슬로박 필과 내한 공연도 연다.

▲드보르작의 향연=9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한국의 파가니니' 양인모]

"일곱 살 때 슐로모 민츠(유대계 바이올린 거장)가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낸 파가니니 '24개의 카프리스' 음반을 듣고 반했어요. 하루빨리 이 곡을 하고 싶었고, 수없이 연습했죠. 기교적 휘황찬란함을 넘어 파가니니가 본인 연습곡으로 쓴 만큼 활을 제 마음대로 놀릴 수 있고 해석의 여지도 무궁무진하니까요. 싫증 난 적? 없어요."

/금호아트홀
2015년 3월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양인모는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청중상, 현대작품 연주상, 최연소 결선 진출자에게 주는 특별상까지 휩쓸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인모니니'. 우승 특전으로 당대 최고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파가니니(1782~1840)가 생전에 썼던 악기인 1743년산 과르네리 델 제수 '카노네'로 연주도 해봤다. "딱 네 시간 연습했고, 무대에서 내려올 때까지 경찰 4명의 날카로운 감시를 받아야 했지만요."

그로부터 3년 반이 지나 파가니니 '24개의 카프리스'를 음반으로 내놓았다. 극도로 까다로운 기교 탓에 '악마의 곡'이라 불리는 이 작품을 데뷔작으로 고른 건 "내 스타일이라서!". "저만의 파가니니를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했죠." 지난 5월 금호아트홀에서의 하룻밤 연주를 실황으로 담았다. "1번부터 24번까지 연주하다 보면 12번 즈음부터 힘이 달려 쓰러질 것 같아요. 그 고비를 넘으면 짜릿한 희열을 느낄 수 있죠."

여섯 살 때 바이올린을 좋아하게 된 건 "레슨을 해준 대학생 누나가 예뻤기 때문"이란다. 콩쿠르를 앞두고선 동네 친구들과 어르신들 앞에서 '간이 연주회'를 열며 실전 감각을 쌓는 괴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는 활 끝에서 둥글게 흘러나오는 음색이 양인모의 매력이다.

▲매치 포인트=15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조선일보 A25면
네이버구독하기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