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란 음모' 난리 치고 찾아낸 게 '허위 공문서 작성'

입력 2018.11.08 03:19
이른바 '계엄 문건' 합동수사단이 수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직 기무사령관이 외국에서 조사에 불응해 진상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합수단은 검찰과 군(軍) 검찰 37명을 투입해 104일 동안 204명을 조사했다. 국방부와 육군본부, 대통령 기록관까지 90곳을 압수 수색했다. 그러나 '내란 음모'나 '쿠데타 모의'를 보여주는 증거나 진술은 찾지 못했다고 했다.

애당초 무리한 수사였다. 문건은 탄핵 찬성 세력뿐 아니라 반대 세력에 의한 폭동 등에 대비해 비상 계획과 법 절차를 검토한 것이다. 실제 그런 최악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고 문건은 서류로 끝났다. 더구나 문건 작성은 국방부 회의에서 사전에 검토됐고, 군은 문건을 남겨두기까지 했다. 공개회의에서 쿠데타를 모의하고 '내란 음모' 문건을 없애지 않고 보관해두는 경우도 있나.

청와대는 지난 4월 문건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두 달 넘게 묵히고 있었다. 그러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갑자기 '국가 안위와 관련됐다'며 수사단을 구성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결론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이 잡듯 뒤졌는데도 수사 결과가 마음먹은 대로 나오지 않자 '핵심 인물이 잠적해서 그렇다'고 핑계를 대는 듯하다.

합수단은 이날 관련 군인들을 기소했다. 그런데 내란 음모 혐의가 아니라 문제의 문건을 훈련에 참고하도록 2급 비밀문서로 올린 것이 계엄 검토 목적을 숨기기 위한 허위 공문서 작성에 해당해 기소한다고 한다. 이 문건은 현 정권 출범 바로 이튿날 정부 공식 온라인 시스템에 등재됐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전 정권 시절 끊임없는 하명(下命) 수사로 죄 없는 사람들이 수사받고 감옥에 갔다. 기업인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살한 일도 있다. 대부분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이 정권에서도 판박이처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검찰이 2년 가까이 적폐 수사에만 골몰하면서 민생 사건 처리가 늦어져 미제(未濟) 사건이 평소보다 두 배도 넘게 폭증했다고 한다. 결국 모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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