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주유소를 영화관으로… 도시 재생도 예술이죠"

김상윤 기자
입력 2018.11.07 03:01

세계적인 미술상 터너상 받은 英 '어셈블' 멤버 에절리 내한

2015년 말 영국 테이트 브리튼이 주관하는 터너상(賞) 수상자로 도시 재생 단체 '어셈블(Assemble)'이 선정된 건 파격이었다. 역대 최연소에, 개인이 아닌 단체가 수상한 것, 화가나 조각가 등이 아닌 것 모두 전례가 없었다.

어셈블은 케임브리지에서 건축을 전공한 청년들이 주도해 만들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포럼에서 강연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멤버 프란 에절리(31·사진)는 "대형 사무소에서 설계하는 건물이 내 주변 현실과 관련이 없다고 느낀 사람들이 도시 재생으로 뜻을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은 공간이 굉장히 부족한 곳이다. 사용하지 않는 폐시설을 이용해 도시를 다시 만들고 싶었다." 멤버 16명이 모두 건축이나 디자인을 전공하진 않았다. 옥스퍼드에서 철학을 전공한 에절리는 "우리는 인문학적 개념을 디자인 아이디어에 종종 적용한다"고 말했다.

그들의 첫 프로젝트는 2010년 폐주유소를 개조해 만든 영화관 '시네롤리엄'이었다. "이때 습득한 사실은 지역민의 참여가 필수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예술이 아니라 부동산 투자에 가깝다." 그들에게 터너상을 안긴 프로젝트는 '그랜비 포 스트리츠'. 리버풀의 한 슬럼화된 마을에서 주민과 함께 낡은 집을 수리하고, 정원을 만들고 시장을 활성화했다. 에절리는 "최근엔 빅토리아 시대에 쓰인 공중목욕탕을 수리해 런던대 미술관 '골드스미스 센터'로 만들었다"고 했다.

영국엔 폐주유소가 4000여개 있다. 그중 한 곳을 영화관으로 만든 어셈블의 ‘시네롤리엄’. /어셈블

한국에서 도시 재생은 재개발과 땅값 올리기 수단으로 흔히 인식된다. 에절리는 "런던에서도 마찬가지로 큰 문제"라고 했다. "이에 관해 요즘 리버풀에서 시민 단체가 벌이는 운동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집을 계약할 때 '나중에 팔 때 리버풀 일대의 평균 임금과 연동해서 가격을 매긴다'는 조건을 다는 것이 핵심이다. 토지 가격보다는 토지 위에서 일어나는 활동에 우선순위를 두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셈블 수상을 두고 '도시 재생을 현대미술로 인정할 수 있느냐'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가디언지(紙)는 '터너상의 죽음'이란 표현을 인용했다. "기존 미술계가 그동안 쌓아온 걸 우리가 무너뜨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을 갤러리에 전시하고, 값을 매겨 파는 것만이 예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선일보 A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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