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쯤 뉴욕회담… 핵신고 거부했던 北 "1㎜도 양보 못한다"

이민석 기자
입력 2018.11.05 03:00

폼페이오·김영철 회동 임박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주 뉴욕에서 미·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고 북핵 사찰·검증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이라고 2일(현지 시각) 예고했다. 이번 뉴욕 회담은 6일 미 중간선거 직후인 8일 전후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북한은 외무성 소속 전문가 입을 통해 "대북 제재 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핵·경제) 병진(竝進) 노선을 다시 추구할 수도 있다"는 위협성 메시지를 내놨다. 고위급 협상에서 북한 요구가 먹히지 않을 경우 다시 핵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셈이다. 지난달 폼페이오의 4차 방북 이후 교착 상태였던 비핵화 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북 간 '기 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美 "비핵화 제대로 될 때까지 압박 유지"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는 다음 주 내 상대인 '2인자(the number two person)'와 일련의 대화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회담 상대가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임을 밝힌 셈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도 지난 6월 김영철을 백악관에서 만난 뒤 "북한의 2인자와 2시간 동안 대화했다"고 한 바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김영철을 동행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실무 협상도 함께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폼페이오 "先검증, 後제재완화"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이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국무부 브리핑에서 출입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AFP 연합뉴스
김정은, 중국예술단 공연 관람… 北·中밀월 과시 -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북·중 예술인들의 합동 공연을 관람한 뒤 공연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검증·사찰에 대해 "제대로 이뤄내도록 해야 한다"며 "그것(비핵화)에 대한 어떤 사람 말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는 시간까지 경제적 압박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다"며 '선(先) 비핵화 검증, 후(後) 제재 완화' 방침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전날에도 "대북(對北) 경제 제재는 그들이 핵 프로그램을 제거했다는 점을 우리가 검증을 통해 확인할 능력을 얻을 때까지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는 '1년 내 북한 비핵화가 가능하냐'는 질문엔 "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것은 진짜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사람들이 설정한 인위적 시간표에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5일부터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가동하기로 한 것도 북한에 대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北 "우린 1㎜도 더 안 움직여"

이날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 소장은 조선중앙통신에 게재한 논평에서 "미국이 상응한 화답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을 옮기면 옮겼지 우리의 움직임은 1㎜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이 거듭되는 요구를 제대로 가려 듣지 못하고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경제 건설 총집중' 노선에 다른 한 가지가 추가돼 '병진'이라는 말이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고도 했다. 미·북 고위급 회담에서 원하는 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핵 개발과 무장을 재개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앞서 지난 4월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 회의에서 '핵·경제 건설 병진' 노선을 중단하고 '경제 건설 총력 집중'이라는 새 전략 노선을 채택한 바 있다.

권 소장은 "이러한 노선 변화가 심중하게 재고려될 수도 있다"며 "벌써부터 우리 내부에서는 이러한 민심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했다. 다만 이날 논평은 외무성 등 공식 기구가 아닌 개인 이름으로 나와 '수위 조절'을 한 측면도 있었다.

또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의 북·중(北·中) 예술인 합동 공연 관람, 미겔 디아스 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수석 부의장 방북 소식 등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국·쿠바 등과 '반미(反美) 연대' 구축을 통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폐기할 핵 시설, 北이 골라선 안 돼"

전문가들은 비핵화 첫 단계부터 북한 핵 정보를 넘겨받아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VOA(미국의소리)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뿐 아니라 모든 핵 관련 정보를 받아내야 한다"며 "폐기할 핵과 미사일 시설을 북한이 고르도록 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이 아닌 미국과 관련국들이 핵 폐기 대상을 직접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장은 "(핵 폐기) 첫 단계부터 규모를 확실히 파악해야 하며, (북핵) 규모에 대한 신고 없이는 다른 모든 과정이 무의미할 수 있다"고 했다.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북한이 시설을 파괴하기 전에 국제 사찰단이 검증을 해야 북핵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A3면
베르나르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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