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 '찬성' 입장 반드시 지켜야

입력 2018.11.05 03:19
유엔이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을 위한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 인권 단체들이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주 방한한 휴먼라이츠워치(HRW) 사무총장은 "인권변호사인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인권 논의 거부는 근시안적인 접근"이라고 했다. 북한인권위원회(HRNK)도 "한국 정부가 인권 단체가 북한으로 들여보내는 USB까지 검열한다"고 했다.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남북, 미·북 정상회담 성명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배제된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말 상정된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은 이달 중 위원회를 거쳐 다음 달 본회의에서 최종 채택될 예정이다.

북한의 인권 유린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 공개된 실태는 더욱 참혹하다. 탈북하다 붙잡혀 집결소에 구류된 여성들은 심문을 이유로 밤마다 불려 나가 성폭행을 당한다. 장마당 단속·감시 관리들은 장사하는 여성들을 '성 노리개'로 삼는다고 한다. 여전히 곳곳에서 공개 총살이 이뤄지고, 정치범수용소에는 12만명 이상이 갇혀 구타와 강제 노역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진보 진영은 참혹한 북한 인권 문제는 아예 눈감아왔다. 정부는 북한 인권 침해 사례를 수집하는 정보 시스템의 운영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재정 손실을 이유로 북한 인권 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마련했던 사무실도 폐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외신 인터뷰 때 '세계적 인권 탄압국의 지도자와 손잡는 게 불편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국제적으로 압박한다고 인권 증진 효과가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니 여권 인사들이 북한 집단 체조를 보고 "일사불란함이 대단하더라"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북이 정부 말대로 비핵화 결단을 내렸다면 인권 문제도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 것이다. 최소한 중국 수준으로 인권 개선 없이 미국과의 수교와 국제사회로의 진출은 불가능하다. 북에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인권 개선의 길로 조금씩이라도 이끌어야 한다. 외교장관과 통일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유엔 결의안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찬성하면 북에 강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북한은 결의안에 대해 "협잡 문서"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입장을 바꿔 기권으로 돌변하는 일만은 없기를 바란다.


조선일보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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