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촛불 2년', 무엇이 바뀌었을까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입력 2018.11.05 03:17

'청와대 권력' 더 강화되고 여당은 기득권 집단이 돼
요란한 적폐 청산 구호 속에 새로운 폐단 차곡차곡 쌓여
권력의 '얼굴'만 달라졌을 뿐 미래 지향적 질서 못 만들어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권력자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으로 분노한 시민이 거리를 가득 채웠던 촛불 집회가 일어난 지 2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이후 대통령에 대한 사상 초유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실시됐고 세 번째 권력 교체가 이뤄졌다. 이와 함께 과거 정권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가 '적폐 청산'이란 명분하에 이뤄져 왔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고 세 명의 국정원장을 비롯한 이전 정권의 고위 공직자들이 구속됐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고위 법관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고 수사의 칼끝은 전직 사법부 수장을 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맞섰던 두 후보 역시 이러저러한 이유로 낙마했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압수 수색과 구속은 이제 어느 누구를 대상으로 행해진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만큼 흔한 일이 됐다. 1948년 친일파 처단을 위해 만들어진 반민특위 이후 전례가 없었던 특별재판부 구성까지 논의되고 있다.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한 사건의 연속이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과 현 집권 세력은 2년 전의 대규모 집회를 '촛불 혁명'이라고 부른다. 얼마 전 프랑스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프랑스혁명의 정신은 대한민국 국민이 들었던 촛불 하나하나에서 혁명의 빛으로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을 때 전문(前文)에 '촛불 혁명'이라는 단어의 포함을 진지하게 검토하기도 했다. 당시 촛불을 들었던 시민이 구(舊)체제를 허물고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질서의 수립을 절실하게 소망했다는 점에서 이들은 정말 '혁명적' 변혁을 꿈꿨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진정한 혁명은 그 시제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오히려 미래 지향적이다. 프랑스혁명이 '혁명적'인 것은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처형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유·평등·박애'에 기초한 공화국이라는 새로운 정치 질서,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냈기에 혁명적이다. 영국의 명예혁명이 '혁명적인' 것은 제임스 2세 폐위를 넘어 권리장전을 통해 입헌군주제라는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2년 전 많은 시민을 분노하게 한 것은 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집중, 폐쇄적이고 무책임한 정치권, 공정하지 못한 국정 운영과 같은 '구체제'의 문제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2년간 이런 문제들은 얼마나 해결됐을까. 과거 정권이 부정되었고 당시의 권력 담당자들이 처벌을 받고 있지만, 그때와 비교해서 통치 시스템이나 정치 질서는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

모든 부서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의 권력은 더욱 강화되었고 그만큼 하위 행정 부서의 자율성은 약화되었다. 공기업이나 정부 투자 기관에 대한 선거 캠프나 같은 성향 인물의 낙하산 인사 관행도 달라지지 않았다. 사법부는 지난 정권하에서의 재판 거래 혐의로 권위와 신뢰를 잃어버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사법부가 권력으로부터 매우 독립적인 존재로 보이지는 않는다. 촛불 집회 당시에는 적폐 청산 대상 1호였던 검찰은 새로운 권력을 돕는 적폐 청산의 주체가 되었다. 2년 전 편향됐던 언로는 또다시 다른 쪽으로의 편향으로 이어졌고, 권력을 잃은 반대파의 울분과 탄식은 '가짜 뉴스'로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 야당 시절 정치 개혁을 외쳤던 더불어민주당은 권력을 잡고 나서는 기득권 집단으로 변모됐다. 개헌은 일찍이 물 건너갔고, 지방선거 승리 후에는 그들이 얼마 전까지 주창해 왔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비롯한 정치 개혁에도 소극적이 되었다.

결국 '혁명적' 변화를 기대하며 촛불을 움켜쥐었던 시민은 이전의 기득권 세력이 새로운 기득권 세력으로 대체되어 가고, 적폐 청산의 요란한 구호 속에 새로운 폐단이 쌓여나가는 불편한 현실을 지켜봐야 했다. 2년이 지났어도 그때로부터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보수 정치 세력의 무능과 지리멸렬 속에서 권력은 오만해졌고 예전보다 더 소수의 사람끼리 자리를 나누며 권력을 누리고 있다. 권력을 차지한 얼굴들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 속에 울려 퍼진 촛불의 함성은 컸지만,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그 혁명은 아무래도 미완의 혁명으로 남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그래서 58년 전 그때의 '혁명'을 지켜봤던 시인 김수영은 "혁명은 고독한 것"이라고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2년 전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던 것일까.


조선일보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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