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입 안에 벤츠 한 대… 바가지 쓰셨네요

박돈규 기자
입력 2018.11.03 03:00

[임플란트 전쟁] 어떻게 해야 똑소리 날까

일러스트= 안병현
김훈이 '칼의 노래'를 쓰던 겨울에 이가 8개 빠졌다. 작가는 이빨을 쓰레기통에 퉤퉤 뱉어가면서 끝까지 써나갔다고 한다. 그 소설로 2001년 가을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김훈은 상금 5000만원 중 절반을 입에 넣었다. 임플란트 하나에 300만원씩 모두 2400만원을.

"이 환자는 입속에 벤츠 한 대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치과 의사 고광욱(39)씨가 최근 펴낸 책 '임플란트 전쟁'은 이 문장으로 열린다. '치과는 왜 이렇게 비쌀까?'라는 질문이 띠지에 적혀 있다. "입속에 벤츠 한 대…"는 임플란트를 20개 가까이 심은 어느 환자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며 15년 전 서울대 치대 교수가 한 말이란다. 동네 치과에서 치아 한 개당 수술비를 300만~400만원 받던 시절이다. 당시 그 교수는 "앞으로는 임플란트가 치과 의사들을 먹여 살릴 것"이라고 했다.

임플란트 수술비는 고무줄

전망은 틀리지 않았다. 임플란트 시장은 치과 의사들의 블루오션이 되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너나없이 생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입을 벌린 채 이 수술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치과는 비보험 진료 비중이 높다. 그중에서도 임플란트는 사실상 치과 매출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책에는 '치과 다 망해가고 있었는데 임플란트가 살렸지'라는 말도 나온다.

만 65세 이상은 치아 2개까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본인 부담률은 30%로 낮아졌다. 하지만 우리 치아는 28개(사랑니 포함하면 32개)다. 2015년 보건복지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평균 9개의 치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환자가 부담하는 가격. 임플란트 수술비가 치과에 따라 고무줄 같기 때문이다. 적게는 60만원, 많게는 200만원 이상 지불해야 한다. 비보험 진료비는 의사 마음이라지만 가격 격차가 왜 이렇게 큰 것일까. 임플란트 수술을 앞둔 사람들은 결정 장애를 겪는다. 싼 곳은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불안하다. 비싼 곳은 일단 부담이 되고 바가지 쓰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

임플란트 수술비에 대한 시각은 치과 의사들도 극과 극으로 갈린다.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되는 유디치과(전국 120여 개) 소속인 고광욱씨는 "일부 지역 치과 의사들이 가격을 담합하고 싸게 하는 치과를 괴롭히는 일이 암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원가로 따지면 80만원에 해도 충분히 수익이 남는 구조"라고 말했다. 반면 경기도 오산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윤용준씨는 "우리 지역은 보통 100만~150만원에 임플란트 하나를 심는다"며 "'덤핑 치과'들은 싼 가격으로 환자를 끈 뒤 과잉 진료로 돈을 벌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디치과는 의사 개인 명의로 각자 병원을 개설해 진료하지만 하나의 브랜드를 사용한다. 대량 공동 구매 등으로 치료 비용을 낮추고 '반값 임플란트'로 주목받으며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와 마찰을 빚어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는 지난 9월 23일 유디치과 지점을 운영했거나 운영 중인 의사 김모씨를 비롯해 10명이 치협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치협이 (원고들에게) 300만~35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치협이 유디의 지점 운영을 방해한 데 대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광욱씨는 책에 대해 "가격 담합과 업무 방해를 비롯해 실제 있었던 사건으로 속을 채웠다"며 "유디가 싸게 하니까 전체 치과업계의 비보험 수가가 하향 평준화하면서 눈엣가시가 된 것"이라고 했다. 치협 관계자는 이런 주장과 소송 결과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1인1개소법(의료법 33조 8항)' 등 법적 검토에 집중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답변할 게 없다"고 답했다. '1인1개소법'은 한 의료인이 의료 기관을 2개 이상 개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원가'는 얼마인가

'임플란트 전쟁'에는 임플란트 재료 가격이 나온다. 지금보다 비쌌던 10여 년 전 이야기다. 페이닥터 자리를 구하는 주인공이 묻고 치과 원장이 답하는 장면. "임플란트 수술비가 얼마인가요?" "국산 250, 외산 350이야." "꽤 비싸네요." "이 동네는 원래 몇 년 동안 300이었는데 '덤핑 치는 놈(새로 개원한 치과)'이 들어와 250을 받는 바람에 수가가 ×판이 됐어." "임플란트 재료 가격은 얼마나 하나요?" "픽스처랑 어버트먼트랑 하면 10만원 좀 넘지."

픽스처(fixture)는 임플란트의 뿌리와 같은 나사 모양의 고정체다. 어버트먼트(abutment)는 임플란트 내부의 연결기둥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둘을 합쳐서 10만원이 좀 넘으니, 임플란트 재료는 싼 편이다. 국산보다 수술비 100만원을 더 받는 외산의 경우는 어떨까. "나는 제일 비싼 스위스 제품 쓰는데 27만원에 들어와."

진료비에서 '원가'라는 말은 사실 어불성설이다. 이마가 찢어져 병원에서 몇 바늘 꿰매고 나서 소독약과 실, 붕대를 합쳐 500원만 내겠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임플란트는 전문의약품인데 임플란트 회사들이 광고를 하면서 '마트에서 나사 구입하는 것처럼' 대중적 인식이 바뀐 게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 강남의 치과 의사 A씨는 "정형외과 의사에게는 인공 관절 가격을 궁금해하지 않는데 치과 의사에겐 임플란트 재료비를 캐묻는다"며 "시술 경험과 행위료, 환자마다 다른 조건 등을 감안하지 않고 치과 의사를 도둑놈으로 몬다"고 항변했다.

수술비 차이 중 상당 부분은 치과 임대료와 인건비가 달라 발생한다는 시각도 있다. 공급과 수요가 늘어나면서 비용은 낮아지는 추세다. '임플란트 58만원'이라는 광고도 등장했다. 국산과 외산 임플란트의 품질 격차는 10~20년 전과 달리 매우 좁혀졌다. "외제라고 전부 좋을 수야 없지만 그동안 쌓인 임상 데이터가 많고 잇몸 뼈와의 결합력, 표면 처리도 더 믿을 만하다"고 치과 의사들은 말한다.

현재 국산 임플란트의 평균 수술비는 100만원에서 200만원 사이다. 치과들이 외부에 밝히는 가격은 임플란트 밑에 뿌리 부분을 심는 것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에 따라 뼈 이식이 필요하거나 보철물 종류가 다르면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 임플란트를 심을 잇몸 뼈 상태에 따라 수술 난이도가 달라진다. 건물 지을 때 기초가 안 좋으면 비용이 더 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위 앞니(상악 전치)는 잇몸 뼈 두께가 얇아 수술이 상당히 까다롭다고 한다.

서울 강남의 치과 의사 B씨는 "대중적인 가격으로 치과 문턱을 낮추었으니 유디치과를 욕할 수도 없다"고 했다.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되는 치과가 늘어나고 더 싸게 하는 곳도 생겼다. 그는 "로스쿨로 변호사를 양산하면서 수임료가 떨어졌듯이 유디와 경쟁하려면 '유디보다 싸다'고 외치는 치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수술비가 저렴하다고 해서 대부분 부작용이 생기는 건 아니고, 비싸다고 해서 오래 잘 쓴다는 보장도 없다"고 했다.

임플란트 실용적으로 하는 법

50대 직장인 박모씨는 미루고 미루다 3년 전 임플란트 7개를 박았다. 시작부터 끝까지 2년 가까이 걸렸다. 임플란트 하나당 100만원 정도 들었다. 그는 "더 싼 치과도 있었지만 영 기분이 안 좋고 저가(低價) 해외여행처럼 속을까 봐 돌아 나왔다. 의사가 싹싹하고 환자에게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주는 곳에서 했다"며 "부작용 없이 만족스럽고 '점검하라'는 연락을 정기적으로 받는다"고 했다.

치과 두세 군데를 직접 가보고 결정하는 게 좋다. 경험자들도 치과 의사들도 '비교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살펴야 할 기준 중 으뜸은 의사의 인품이다.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환자와 오래 대화하고 편하게 해주면 덜 아깝다"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서울 잠실의 위드치과 권민수 원장은 "치과도 식당처럼 손님이 너무 많은 곳과 너무 적은 곳은 피하는 게 좋다. 의사가 환자와 만나는 시간이 짧으면 환자가 뭘 원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과잉 진료를 권하지 않나 의심스럽다면 '세컨드 치과(두 번째 치과)'를 두고 비교하는 것도 요령"이라고 했다. 7900원이면 치아 상태를 파노라마로 촬영할 수 있다.

가격은 그다음 문제다. 얼마가 적정한지는 환자의 경제적 여건과 치료 계획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심준성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보철과 교수는 "임플란트 수술을 고려할 땐 당장 싼 곳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유지 관리를 편하게 받을 수 있는 곳인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술비가 높은 치과는 'AS(애프터서비스)' 비용까지 일정 부분 포함된 경우가 많다.

치료 종료 후 초기에는 탈이 안 나지만 5~10년 이상 지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치조골이 내려앉고 임플란트를 심은 뿌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 속도를 늦추려면 관리가 필요하다. 심 교수는 "박리다매형 치과는 없어지거나 의사가 달라질 수 있고 나중에 가면 관리 안 해주고 새 환자처럼 대하는 경우가 있다"며 "임플란트를 정기 점검받으러 오는 환자가 많은 치과가 추천할 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박용덕 조선대 치대 교수는 "임플란트 수술은 1만번 심어본 유명한 의사나 작년에 개업해 100번 심어본 동네 치과 의사나 똑같이 믿을 만하다"고 말했다. 경력이 1년 이상이라면 속도만 다를 뿐 실력 차이는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꾸준히 정기 점검을 받으려면 대도시로 갈 것 없이 거주지 치과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추석이나 설이 지나면 시골 사는 부모님을 서울 어느 대학병원 치과에 모셔와 임플란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피해야 할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임플란트 수술은 서울 큰 병원이나 유명한 병원 말고 6개월에 한 번 찾아가도 부담스럽지 않은 곳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똑소리 나는 임플란트 체크 리스트

1 환자를 편하게 해 주는 의사인지 확인.

2 비교 검토. 두세 군데 상담 후 결정한다.

3 가격. 경제 여건과 치료 계획 따라 다르다.

4 100번(약 1년) 이상 경력 있으면 믿을 만하다.

5 장기적 정기 점검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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