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모의 세계의 골목] 흔들리며 말아먹는 국수…살아 숨 쉬는 메콩강의 아침

변종모 여행작가
입력 2018.11.07 06:00
티베트의 산속에서 시작된 강물, 동남아의 젖줄이 되다
새벽의 메콩강… 쪽배 위에서 파는 천원짜리 뜨끈한 국수가 일품

퐁디엔 수상 시장의 국수 팔이 배./사진 변종모
푸른 새벽을 떠다니며 부지런히 아침을 여는 사람들은 강물 위에서도 위태롭지 않다. 배를 타고 드나드는 일상이 마치 어느 지표면보다 단단하고 안전한 길처럼 의심하지 않는 새벽. 거대하게 흘러가는 강물 위, 나뭇잎처럼 흔들리는 배들은 새벽 새처럼 바쁘다.

언제나 부지런한 사람들의 아침을 여는 속도는 이리도 빠르다. 나는 강물 위를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새벽 골목을 걷는 기분이 들곤 했다. 그러니까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걷는다는 말이 맞겠다.

◇ 출렁이는 메콩강 위의 일상…배 위는 정원, 강물은 마당

5월에서 11월은 거의 모든 날마다 잠시라도 비가 내린다고 했다. 우기의 절정을 맞아 강물은 철없는 소년의 꿈처럼 부풀 대로 부풀어 올라 과하게 넘실대고 있다. 오토바이들이 굉음을 내며 달리는 도로 면과 거의 대등한 높이로 흐르는 생경한 풍경들을 보고 걷자니, 자칫 강물이 도로 같고 도로가 강물 같아서 정신이 번쩍 드는 새벽.

껀터선착장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한 작은 배는 한참을 달려 까이랑 수상시장(Cai Rang Floating Market)에 도착했다. 푸른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니 검은 강물도 누렇게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것들이 깨어나는 시간이지만, 아무래도 땅 위의 아침보다 강물 위의 아침이 먼저 열리는 것 같다. 배 위의 사람들은 강물을 길어 올려 세수를 하고 청소를 하며 먼 강물 위의 허공으로 기도를 했다.

어둠이 걷히자 사람들은 강물을 길어 올려 세수를 하고 청소를 하며 아침을 맞았다./사진 변종모
아득히 멀고 먼 티베트의 어느 산속에서 시작된 이 강물의 발원은 중국과 미얀마, 태국과 라오스,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으로 왔다. 사람들은 이것을 메콩강이라 부른다. 어머니의 젖줄,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 그중 메콩삼각주(Mekong Delta)는 캄보디아와 베트남에 걸쳐 비옥한 강물로 천혜의 곡창지대를 만들었고 수많은 수산물의 보고가 되었다. 그 모든 감사의 기도가 날마다 출렁거리는 배 위에서 먼 곳으로 향할 것이다.

◇ 흔들리며 말아먹는 국수…물 위의 아침 식사

그렇게 아침이 열리고 강의 일상은 시작된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수를 끓이는 배가 다가오고 총천연색의 열대과일을 실은 배가 지나친다. 아침부터 열심히 짐을 옮겨 싣는 사람들이 있고 한가로이 차를 마시며 배 위를 정원처럼 거니는 사람도 있다. 강아지가 배 위에서 남의 집 마당을 내려다보듯 강물을 바라보고, 꽃을 심는 소녀와 늦잠을 자는 소년이 있다. 이 풍경들이 나를 재운다.

강물의 속도와 반비례하는 온화한 미소를 가진 노인이 있고, 그 곁에 어린 손자가 손을 흔들어 깨우는 아침. 많은 여행자가 이 새벽 강의 풍경을 보기 위해 몰려든다. 강 위의 일상들을 만나기 위해 새벽부터 흔들린다.

사공은 까이랑 수상시장을 거쳐 조금 더 가까운 거래가 이루어지는 퐁디엔 수상시장(Pong Dien Floating Market)으로 배를 몰고 갔다. 퐁디엔까지 가는 뱃길은 도심을 빠져나온 외곽의 풍경처럼 또 다른 평화가 있다. 강과 강을 건너는 바지선에 수많은 오토바이가 실리고 더러는 자전거를 싣고 건너편으로 학교에 가는 학생들도 눈에 띈다.

거의 모든 일상이 강을 건너고 있었다. 마치 집 앞 골목을 돌 듯 몇 번의 좁은 수로와 큰 강을 번갈아 가며 배를 몬다. 강가의 야자수와 이른 아침의 새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도시가 잠 깨는 소리와 배 뒷전의 강렬한 모터음. 모든 것이 살아 있는 아침.

흐르듯이 걷고, 걷듯이 흘러가는 메콩강의 풍경. 강물 위의 아침은 땅 위보다 먼저 열린다./사진 변종모
퐁디엔 수상 시장의 아주머니들은 배가 들어오자 황급히 국수를 삶아내고 아침의 허기를 부추긴다. 흔들리며 국수를 먹고 흔들리며 과일을 나눈다. 천원짜리 국수를 받아들고 돈으로 살 수 없는 웃음들을 함께 말아 먹는다. 훌륭한 아침 식사다.

◇ 흔들리고 흔들려야 겨우 제자리

대부분의 집은 강을 최대한 가까이 두었고 울창한 숲과 소박한 정원을 이루고 있다. 강물이 넘쳐 때로는 마당을 가두고, 군데군데 길을 막아서지만 아랑곳없다. 강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강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강과 나란한 삶이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듯 무심한 생활이다. 베트남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프랑스식민지 시대에 정비된 관개수로로, 세계 그 어디도 부럽지 않은 곡창지대를 가졌던 곳이었다.
과거의 영화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그들의 곁에는 메콩강이 마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강이 마르지 않는 한 여전히 그들의 일상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선 흔들리며 국수를 먹고 흔들리며 과일을 나눈다./사진 변종모
PS : 메콩델타 투어를

메콩강을 여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호치민에서 관광상품을 이용해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이나 그 이상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투어 상품에는 방문하고 싶지 않은 곳까지 들러야 하는 경우가 있고, 출발과 돌아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여유롭지 못하거나 여행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것을 피하고 싶다면 미토 또는 컨터 등지의 메콩강 유역의 도시에 숙소를 잡고 문의하면 된다. 가격도 더 저렴하고 오롯이 메콩델타의 풍경을 보는 데는 이 방법이 유용하다. 출발 시각과 포인트를 아주 자세하게 안내받을 수 있고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나 껀터는 호치민이나 대도시로 연결되는 버스노선이 다양해서 여행하기에 적당하다. 껀터에서 투어를 이용해서 캄보디아로 넘어가는 방법도 있다.

◆ 변종모는 광고대행사 아트디렉터였다가 오래 여행자로 살고 있다. 지금도 여행자이며 미래에도 여행자일 것이다. 누구나 태어나서 한 번은 떠나게 될 것이니 우리는 모두 여행자인 셈이므로. 배부르지 않아도 행복했던 날들을 기억한다. 길 위에서 나누었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들을 생각하며, 그날처럼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짝사랑도 병이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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