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바지와 조끼가 돌아왔다

최보윤 기자
입력 2018.10.30 03:00

이탈리아서도 옷 잘 입는 패션 명가의 겨울철 옷 입기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대부'의 한 장면 같았다. 시끌시끌한 목소리에 웃음이 칵테일처럼 섞여 그들이 오고 있다는 걸 알렸다. 패션 명가가 즐비한 이탈리아에서 옷 잘 입기로 소문난 라르디니 패밀리.

남자들 이제 숨 좀 편하게 쉬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탈리아 유명 남성복 브랜드‘ 라르디니’의 2018 가을 겨울 의상. 황갈색 스트라이프 슈트에 비슷한 톤의 니트 조끼, 역시 비슷한 색조의 코트를 곁들이고 부토니에로 포인트를 줬다. 슬림한‘노턱(tuck·바지주름)’에서 원턱 혹은 투턱으로 허리춤이 넓어진게 이번 시즌 특징이다. /라르디니
남성복 브랜드 라르디니의 창립자인 안드레아 라르디니(61) CEO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이지 라르디니(58), 안드레아의 아들이자 디자이너인 알레시오 라르디니(35)가 재킷을 휘날리며 걸어왔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이들은 자신의 이름이 붙은 옷뿐 아니라 페라가모, 발렌티노 등 전 세계 고급 브랜드의 남성 의상 상당수를 제작한다.

"차오! 벨라(Ciao Bella·여자한테 하는 인사)." 1m65cm 내외의 라르디니 세 명은 전형적인 이탈리아 남자들처럼 끈적한 눈인사를 건넸다. "몸이 옷보다 먼저라고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눈빛이에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나는 충분히 멋있다고 말하는 거죠. 여성들이 걸음을 멈추고 '난 저 남자를 원해'라며 뒤돌아볼 수 있게요!" 귀밑까지 기른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쓱 쓸어올리던 루이지가 "40년 전 옷을 처음 만들던 그때부터 로맨틱이란 단어를 항상 가슴에 품고 살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라르디니의 상징인 4장의 꽃잎 모양 부토니에(양복 깃에 있는 단추구멍, 혹은 그 안에 꽂는 꽃)를 디자인한 주역이다. "꽃잎이 홀수면 하나가 외롭잖아요! 이탈리아인에게 옷은 예술 그 자체이고, 예술은 부토니에 같은 디테일에서 완성되지요."

이탈리아 중부의 작은 도시 필로트라노 출신인 이들은 루이지가 열여덟 살 되던 해, 형 안드레아와 여동생 로레나를 설득해 라르디니를 창업했다. "난 태어났을 때부터 재킷과 사랑에 빠졌어요. 여섯 살 때 어머니를 졸라 찰스 왕세자의 체크 재킷을 구해달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루이지의 열정에 트럭 운전사인 아버지와 식료품점을 하는 어머니가 전 재산을 기꺼이 내놨다. 양복 재봉실은 크지 않았지만 루이지의 솜씨는 금세 국경을 넘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돌체 앤 가바나, 발렌티노 등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웅가로, 영국의 버버리까지 그들에게 제작을 맡겼다.

"처음부터 우리 브랜드를 선보였지만 외면당했어요. 유명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세계적인 브랜드에서 우리를 찾는다는 게 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늘기 시작했고, 15년간 솜씨를 다진 끝에 1993년 라르디니 첫 컬렉션을 열었습니다." 좋은 원단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했다. 세계 패션계를 뒤흔든 '미국판 꽃중년' 닉 우스터와 협업해 만든 제품은 "키 작은 남자도 섹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매진 열풍을 낳았다.

이들은 "요즘엔 한국과 일본 남성들이 이탈리아 남성보다 옷을 더 잘 입는다"고 입을 모았다. 옛날엔 멀리서만 봐도 이탈리아 남성인 게 눈에 띄었지만 지금은 "평범한 유럽인"이 됐단다. "팁(tip)을 드리자면 연두색은 되도록 피하라는 겁니다. 어떤 피부색도 소화하기 힘든 색상이에요." 루이지의 말에 안드레아가 가방 속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연두색 머플러였다. "오우, 노(No)! 형, 지금 완전히 독일인처럼 보여!"


■라르디니 패밀리가 귀띔한 '겨울옷 입기'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라르디니 매장에서 의상을 보여주는 안드레아 라르디니(맨 왼쪽)와 루이지 라르디니, 알레시오 라르디니.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라르디니 매장에서 의상을 보여주는 안드레아 라르디니(맨 왼쪽)와 루이지 라르디니, 알레시오 라르디니. /이진한 기자
1. 바지통이 다시 넓어졌다. 허리춤에 볼륨이 많이 생겼다. 좁은 바지통은 이미 구식.

2. 베스트(조끼)의 시대가 다시 왔다. 클래식엔 기본. 다른 의류와 믹스 매치해도 품격 있다.

3. 이번 겨울엔 니트 재킷을! 젊어 보이고 트렁크에 접어 넣어도 구겨지지 않는다.

4. 네이비 재킷은 콤비나 청바지에도 잘 어울린다. 패셔니스타라면 블랙 재킷이 기본.

5.턱시도 재킷도 한 벌 구비하자. 클래식·오페라 관람할 때 필요하다.

6. 농구 유니폼처럼 원색, 보색 대비 옷은 피한다. 촌스럽다.


조선일보 A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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