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의 맛있는 그림일기] 아내의 미역국은 전복으로 끓인다, 가볍고 경쾌한 바다의 감칠맛이 난다

입력 2018.10.23 03:01
음식을 그다지 탐하지 않는 아내지만 미역국만은 유독 사랑한다. 평소 미역국을 자주 끓이는 아내는 "산후조리원에서 대량으로 끓이는 미역국이 참 맛있었다"고 요즘도 종종 말한다.

아내에게 "그 미역국 먹고 싶어서 또 애를 낳은 거냐"고 했다가 두고두고 욕먹고 있다.

결혼 후 아내가 끓여준 미역국은 우리 집에서 먹는 미역국과 완전히 달랐다. 황해도에서 6·25 전 넘어온 이북 집안 아버지와 사대문을 벗어나지 않고 대대로 살아온 서울 토박이 어머니가 이룬 우리 집 미역국은 소고기로 끓인다. 소고기와 미역이 만나 우러난 깊고 묵직한 감칠맛에 고소한 참기름 향이 밴 국물, 그게 결혼 전까지 알았던 미역국 맛이었다.

경남 마산이 고향인 아내는 미역국을 전복으로 끓인다. 전복 미역국을 결혼 전에도 먹어봤지만, 식당 음식이지 집에서 먹으리라고는 상상 못 했다. 전복으로 끓인 미역국은 소고기로 끓인 미역국보다 가볍고 경쾌한 바다의 감칠맛이 있었다.

/그림=김성윤
아내는 "미역국은 세상에서 제일 쉽고 맛있는 음식"이라고 했다. "전복을 미역과 함께 참기름에 '다글다글' 볶다가 미역이 약간 초록색이 되면 40분 이상 끓여. 미역국은 무조건 오래 끓이면 맛있어. 미역귀 있으면 국물이 뿌옇게 더 잘 우러나지."

처가에서는 전복 말고도 가자미 같은 생선이나 조개, 새우 등 다양한 해산물로 미역국을 끓인다. 아내는 대합과 새우로 끓이는 미역국이 맛있다고 했다. 발라낸 조갯살을 부엌칼로 잘게 "쪼사서"(아내의 마산 사투리) 미역과 함께 참기름에 볶다가 물 붓고 끓인다. 다 끓었을 때쯤 새우를 넣으면 국물이 시원하면서 새우도 너무 익지 않는단다.

둘째가 엄마 입맛을 닮았는지 미역국이 나오면 "밥 말아 달라"고 해서 두 그릇씩 먹는다. 37개월짜리 맞나 싶을 만큼 야무지게 퍼먹는다. 미역국 덕분인지 체중 20㎏이 넘는 우량아로 쑥쑥 크고 있다.


조선일보 A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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