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오늘 교황에 '김정은의 초청 의사' 전달

로마=정우상 기자
입력 2018.10.18 03:08

교황청서 프란치스코 교황 예방… 공식 초청장 없어 결례 논란

문재인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18일에는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밝혔다는 평양 초청 의사를 전달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교황의 방북(訪北) 수락을 기대하고 있지만, 교황이 공식 초청장 없는 초청에 어떤 답을 할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이날 교황청의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미사에 참석했고, 문 대통령은 미사 이후 기념 연설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무원장의 미사 집전, 그리고 미사 이후 외국 정상의 기념 연설 모두가 이례적"이라고 했다.

이탈리아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각) 로마의 총리궁에 도착해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이미지 크게보기
文대통령·콘테 이탈리아 총리,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합의 - 이탈리아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각) 로마의 총리궁에 도착해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기념 연설에서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바람직한 길이 개척되고 있다"며 교황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6월에 했던 발언을 인용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한반도에서는 역사적이며 감격스러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남북한은 약속을 하나씩 이행하고 있다. 비무장지대에서 무기와 감시 초소를 철수하고 있고, 서해는 평화와 협력의 수역이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촛불 혁명으로 시작된 평화의 길이 기적 같은 변화의 원동력이 됐다"며 프랑스에 이어 다시 교황청에서도 '촛불 혁명'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교황의 역할에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교황 성하께서는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여정을 축복해 주셨고, 기도로써 동행해 줬다"며 "우리 겨레 모두에게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주신 교황 성하와 교황청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교황의 방북을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으로 평가된다.

청와대와 여권(與圈)은 그동안 교황의 방북 분위기를 띄워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제가 들은 바로는 교황께서는 내년 봄에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 하신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었다. 청와대도 문 대통령의 이번 유럽 순방의 하이라이트로 교황 예방을 꼽고 있다. 교황이 방북을 수락한다면 남북 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내 천주교계가 교황청과 계속 논의 중이고 물밑 기류는 교황의 방북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되려면 넘어야 할 '벽'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교황이 특정 국가를 방문하려면 정부와 교회가 함께 초청해야 하는데, 김정은의 방북 초청은 문 대통령을 통한 구두 형식이다. 또한 북한에는 천주교 사제가 한 명도 없다. 세계적 인권 탄압국으로 지목되는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교황에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황의 방북을 위해 거쳐야 할 공식 외교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에 여당 대표가 '내년 봄'으로 방북 시기까지 예견하는 등 결례 논란도 있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교황 면담 때 방북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교황이 직접적 수락 또는 반대보다는 "한반도 평화를 기원한다"며 원칙적 입장만 밝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청와대 안팎에선 보고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교황청 특별 미사 참석에 앞서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면담했고, 주세페 콘테 총리와 한·이탈리아 정상회담을 했다. 양 정상은 두 나라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고, 4차 산업혁명 공동 대응을 하기로 했다. 한국과 이탈리아는 내년부터 차관급이 하는 '전략 대화'와 '산업에너지협력전략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조선일보 A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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