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격미사일 개발 계속 늦어지자… 軍 "국외서 시험 발사 고려"

전현석 기자
입력 2018.10.15 03:07 수정 2018.10.15 06:26

7개월째 멈춘 미사일 개발

군이 개발 중인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은 북한 미사일 요격을 위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체계의 핵심 무기다. 또한 KAMD는 킬 체인(Kill Chain), 대량응징보복(KMPR)과 함께 한국군 대북 방위 전략의 골간인 '3축 체계'를 구성한다. 청와대가 이러한 L-SAM 시험 발사를 이미 두 차례 연기한 것을 두고, '강군(强軍) 육성'을 내세워 왔던 문재인 정부 국방 정책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북한 비핵화 완료 시까지 북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무기 개발·도입 계획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북 비핵화 완료 이전에 3축 체계 계획이 수정될 것"이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靑, '미사일 시험 말라' 비밀 공문"

L-SAM은 적 항공기를 격추하기 위한 대(對)항공기용유도탄(AAM)과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대탄도탄용유도탄(ABM)으로 나뉜다. 이번에 시험 발사가 연기된 건 대탄도탄용유도탄이었다. 대탄도탄용유도탄은 고도 약 50~60㎞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 중이었다. 4월 시험 발사의 경우 최대 비행 고도를 확인하기 위해 고도 100㎞ 이상 유도탄이 날아갈 예정이었다고 한다. 청와대는 해당 미사일이 이처럼 높이 비행하면 북한 레이더에 포착되고, 이것이 4·27 남북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시험 발사 일정을 4·6월에서 6·7월로 미뤘으나, 이마저도 청와대가 다시 중단했다.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실에 따르면,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군 당국에 보낸 비밀 공문에서 미·북 정상회담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현재 L-SAM 시험 발사는 10·11월에 예정돼 있지만, 군 당국은 이 역시 남북, 미·북 대화 일정으로 또 미뤄질 수 있다고 보고 국외 시험 방안도 고려 중이다. 군 관계자는 "올해까지 시험 발사를 끝내야 내년부터 본격 개발에 착수할 수 있다"며 "10·11월 발사가 실패할 경우 개발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당초 군은 총 1조900억원을 들여 2023년까지 L-SAM을 개발 완료한다는 계획이었다.

◇軍 "3축 체계 융통성 있게 검토"

문재인 정부 들어 L-SAM뿐만 아니라 KAMD의 구성 요소인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 개발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M-SAM(일명 철매II)은 고도 약 20㎞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 체계로, 개발이 완료돼 올 초부터 양산에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송영무 전 국방장관은 작년 12월에 이어 올 5월 두 차례에 걸쳐 양산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M-SAM은 원래 양의 약 절반만 도입될 뻔했다가 지난 8월 군 내부 격론 끝에 "기존 계획대로 양산한다"는 결정이 났다.

이 같은 정부의 KAMD 수정 움직임이 '3축 체계' 구축 계획 전체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3축 체계는 KAMD와 함께 북 미사일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적 지휘부를 초토화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이뤄진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2일 국회 국정감사 업무 보고에서 "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미 전략자산 전개 및 3축 체계는 북한의 비핵화 진행과 연계해 융통성 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북의 비핵화 완료 시까지 3축 체계 구축은 지속 추진'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군 당국이 3축 체계 변화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건 처음이었다. 남북은 지난 9월 19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 증강 문제 등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은 남북군사공동위를 통해 우리 3축 체계를 수정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며 "남북 군축 과정에서 협상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백승주 의원은 "북한은 4·27 정상회담 이후에도 미사일 연구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고 군은 평가하고 있다"면서 "북한 핵과 미사일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3축 체계가 수정될 경우 우리 군 대비 태세만 약화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4월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KR)·독수리(FE) 훈련 축소에 이어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취소했다.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MEP)도 무기 연기했다. 반면, 북한은 올해 예년 수준으로 군사훈련을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A3면
미래탐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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