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북이 NLL 인정했다" 北은 여전히 "NLL 무효"

입력 2018.10.13 03:08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군(軍) 보직 신고식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우리 장병들이 피로써 지켜왔지만 계속 피로써 지킬 수는 없는 일"이라며 "분쟁의 바다 위에 하나의 평화 수역을 만들겠다"고 했다. '분쟁의 바다'라는 표현은 남중국해처럼 두 나라 이상이 각자 근거를 제시하며 영토 갈등을 벌이는 지역을 제3자 입장에서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NLL은 정전협정 이후 60년 넘게 지켜왔고 1991년 남북이 채택한 기본 합의서 때도 북이 실질적으로 인정했던 해상 경계선이었다. 북이 2000년 이후 NLL 도발을 통해 분쟁의 바다로 만들려고 했지만 우리 해군이 단호하게 격퇴해 왔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NLL 주변 해역을 분쟁의 바다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은 또 "북이 판문점 정상회담부터 NLL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평양 회담 부속 군사 합의서에 "남과 북은 서해 NLL 일대를 평화 수역으로 만든다"는 구절에 NLL 표현이 들어간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합참은 이날 국감에서 '북한이 7월부터 NLL을 인정하지 않고 (종전 주장대로 자신들이 설정한) 경비계선이 유효하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대통령과 합참이 같은 날 북의 NLL 인정 여부를 놓고 반대 얘기를 한 것이다.

북이 NLL을 인정했다고 말하려면 NLL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NLL이라는 경계선을 인정해야 한다. 북이 그런 입장이라면 남북이 NLL 주변에 설정하기로 한 각종 수역이 NLL을 기준으로 등거리나 등면적으로 설정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는 NLL 기준으로 북측은 50㎞이고 남측은 85㎞였다. 그때 국방부는 "충돌을 막는 공간이 중요하지, 특정 선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 '특정 선'이란 것은 바로 NLL이다. 이렇게 앞으로 NLL이 아니라 그보다 남쪽이 기준이 된다면 실질적으로 NLL은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게 바로 북이 노려온 NLL 무력화다. 북이 NLL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 아닌가.


조선일보 A27면
헬스조선 상례서비스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