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단풍=화냥기라 쓴 건 여성비하" 비난에 "난독증" 응수

노우리 인턴기자
입력 2018.10.12 11:47 수정 2018.10.12 14:02
작가 이외수(72)씨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시로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커지자 이씨는 당초 "여성을 비하할 의도나 남성우월을 표출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12일 오전 이씨가 트위터에 새로운 입장을 내놨다.

"독서량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난독증이 심하며, 난독증이 심한 사람일수록 작가의 의도를 간파하거나 행간을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 이어 이씨는 시인 김소월과 그의 시 '진달래 꽃'을 언급했다. "김소월이 다시 살아난다면 당신 보기가 역겨운데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이 무슨 죄가 있어서 집단적으로 희생당해야 하느냐고, 시인이라는 작자가 이 따위로 자연훼손을 조장해도 되느냐고, 노골적으로 따지면서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으냐고 할지도 모른다. 썩을."

작가 이외수/조선DB
‘여성 폄하 시어’ 논란이 시작된 건, 지난 10일부터다. 이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풍'이라는 제목의 시와 함께 두 장의 단풍 사진을 올렸다. 시 내용은 이렇다.

<단풍. 저 년이 아무리 예쁘게 단장을 하고 치맛자락을 살랑거리며 화냥기를 드러내 보여도 절대로 거들떠 보지 말아라./저 년은 지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명심해라. 저 년이 떠난 뒤에는 이내 겨울이 닥칠 것이고 날이면 날마다 엄동설한, 북풍한설, 너만 외로움에 절어서 술독에 빠진 몰골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씨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시 ‘단풍’과 단풍사진 2장/페이스북 캡처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른 단풍을 압축하면, ‘곧 떠나갈 화냥기 있는 년’에 비유한 것이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시에 포함된 '화냥기'라는 단어에 여성 비하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건 '화냥기'의 어원이었다. '이성 관계가 복잡하거나 상대를 자주 바꾸는 여자의 기질'이라는 뜻의 이 단어는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에 끌려갔다가 절개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환향녀(還鄕女)'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단풍을 여성을 낮게 이르는 호칭인 '년'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네티즌은 "'읽는 년' 얼굴 붉어진다. 시 읽고 수치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녀'라고 할 때는 남자를 앞에 두지만 '년놈'이라고 할 땐 여자를 앞에 두듯이, 사소한 것들이 쌓이며 사회적 인식이 만들어지는 것이니 작가라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문학적 표현일 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말의 뜻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양아치'의 어원은 '서양인을 흉내내고 다니는 젊은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현재는 누구도 '양아치'를 그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씨가 쓴 '화냥기'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시어에 대한 지나친 검열이다", "악의로 쓰지 않았을 텐데 범죄처럼 몰아가는 건 심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이씨는 댓글을 통해 "화냥기라는 표현은 단풍의 비극적이면서도 해학적이면서 단풍의 처절한 아픔까지를 함유한 단어를 선택하려는 의도에 근거를 두고 있다"며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는 둥 여성을 비하했다는 비난은 제 표현력이 부족한 결과로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여성을 비하할 의도나 남성 우월을 표출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씨는 지난 11일엔 시인 류근씨가 논란에 대해 적은 글을 공유했다. 류씨는 "함부로 사용했던 '비유'가 누군가에겐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 저 시에서 그냥 ‘이외수 감성’ 특유의 슬픔과 상처 코드를 느꼈을 뿐인데 이젠 그조차 ‘젠더 의식의 결여’, '여혐'의 코드로 읽힐 소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저 진심이 밟히는 세상이라면 우린 어찌 살아야 하나"라고 적었다. 류씨의 글은 이렇게 이어졌다. "그렇지만 ‘화냥년’, ‘화냥기’라는 말 함부로 썼던 우리 세대는 언제 한 번 반성한 적 있는가. 아니, 화냥년, 화냥기 만든 역사 제대로 반성한 적 있는가. 우리 모두 버릴 말을 버리세. 그렇게 화해하세."



네이버구독하기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