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의 쇼거리로 전락, 침묵하는 야구인들

OSEN
입력 2018.10.12 07:05

[OSEN=조형래 기자] 현재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수장, 그리고 한국야구의 레전드 격인 선동렬 감독은 수모를 당했다. 사실상 한국야구의 수모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그저 총알받이가 되는 동안 다른 야구인들은 침묵하고 있다.

지난 10월 10일은 한국 야구 치욕의 날이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광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병역 특례를 위한 부정한 선수 선발이 있었는지를 묻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국정감사는 수준 이하의 질문들이 난무하는 자리였다. 문광위 소속 의원인 김수민 의원(바른미래당·비례대표), 손혜원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마포 을)이 선동렬 감독을 추궁했지만, 선 감독 입장에서도, 이를 지켜보는 야구팬들 입장에서 헛웃음만 나오는 질문들 뿐이었다. 

야구에 대한 지식도, 상식도 없는 가운데, 그저 여론에 편승해 자신의 인기를 높이려는 모습에 불과했다. 국회의원으로 행정부의 견제를 위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그저 '국감 스타'로 떠올라 인기를 얻기 위한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수준 미달의 국감 자리였다. 

비록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속시원한 해명이 없었고, 논란이 될 만한 발언들이 국민 정서에 반하게 되며 지금 상황을 자초한 것은 있다. 하지만 과연 이 정도의 대우와 질문들을 받고자 국정감사라는 자리에 선동렬 감독이 출석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선동렬 감독이 선수와 지도자로 국위 선양에 공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컸다. 

선수로서는 한국 야구의 중흥을 이끌었던 레전드였고,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해 '나고야의 태양'이라고 불리며 위상을 드높였다. 대학교 2학년으로 1982년 전국민에게 감동을 안겨준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2006년 WBC 대회 4강, 2015년 프리미어 12 우승 과정에서 투수코치로 맹활약했다. 프로 지도자로는 다소 명암이 있지만 삼성 왕조를 이끈 수장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동렬 감독은 외로웠다. 선동렬 감독이 정치판에서 수모를 당하는 순간 그 어떤 야구인들도 그의 뒤를 든든하게 받치지 않았다. 야구 원로들의 모임인 일구회,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은선협), 그리고 어쩌면 이번 논란의 중심이었던 선수들의 모임, 프로야구선수협의회 등은 침묵했다. 그 어떤 입장도, 성명문도 발표하지 않았다. 야구인들의 단합된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야구 종목의 치욕적인 날이 다가왔음에도 다른 야구인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고, 국정감사가 끝난 뒤에도 정치판의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듯 그 어떤 말도 없다. 특히 선동렬 감독과 한국 야구계가 상처를 받는 동안 야구 원로들은 무엇을 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듯 하다. 

한국 야구계는 위기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논란을 시작으로, 최근 선수협의 최저 연봉 인상 관련 '환경미화원' 발언 논란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언행이 나왔다. 한국 최고의 프로스포츠라는 자신하는 생각은 이젠 버려야 한다. 더 이상 야구계에 대해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냉철한 판단으로 개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야구인들은 위기임을 직감하고 이럴 때일수록 힘을 합쳐 지금의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할 때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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