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폭언에 상해죄 첫 인정…前외교관 징역형

박현익 기자
입력 2018.10.11 11:52
서울중앙지법/조선DB
비서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외교관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법원이 폭언으로 인한 상해를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11단독 김경진 판사는 11일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일본 삿포로 총영사 한모(56)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한씨는 장기간에 걸쳐 인격적인 폭언을 했고, 그 내용이나 표현은 최소한의 품위마저 잃었다"며 "피해자의 피해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제대로 된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최초의 여성 재외공관장으로서 업무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과도한 부담감과 스트레스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피해자의 우울증이 사라졌고, 공관장으로서 성실히 근무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씨는 2016년 3월~2017년 8월 총영사관 직원 A씨에게 상습적으로 욕설 등 폭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는 ‘개보다 못해’, ‘머리가 없는 거니’ 등 폭언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언에 시달린 A씨는 우울증을 얻어 6개월가량 치료가 필요하다는 병원 진단도 받았다. 외교부는 지난해 9월 한 전 총영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11월 해임 처분했다.

검찰의 기소 당시 폭언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도 상해죄로 처벌할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정신적 상해는 객관적으로 계량화할 수 없는 주관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또 강간으로 인한 정신적 상해는 인정되는 경우가 있지만, 폭언에 따른 정신적 피해는 검찰이 기소하고, 법원이 유죄라고 판단한 경우가 없었다.

그러나 검찰은 지속적 폭언에 따른 우울증도 강간치상죄처럼 상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실제 우리와 상해죄 판단 기준이 같은 일본에서는 지속적인 폭언으로 인한 우울증을 상해로 판단해 유죄가 확정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한씨는 피해자에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인격을 심하게 무시하는 폭언을 퍼부어 우울증 등 상해를 가했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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