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 17만명 증원에 월급 327조, 연금 92조

입력 2018.10.11 03:18
정부가 대선 공약대로 5년간 공무원 17만명을 늘릴 경우 이들이 퇴직 후 받아갈 연금이 92조원에 달한다고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산했다. 공무원 연금은 지금도 연간 2조원씩 적자를 내 매년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다. 공무원연금 적자는 갈수록 눈덩이처럼 늘어나 2055년까지 누적 적자 보전금이 3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여기에다 17만명이 추가되면 연금 부족액이 더 커지고 국민 부담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17만명을 9급 공무원으로 채용할 경우 30년간 이들에게 지급되는 급여가 예산정책처 추산 327조원, 시민단체 추정 419조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무원 증원에 따른 급여·연금 지급액이 얼마나 늘어날지 추계조차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예산정책처의 17만명 연금 추산에 대해서도 정부는 "수치가 과다 계상됐다"고만 할 뿐 재정 소요액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이 필요해서 늘리는 것인지 '일자리 공약' 지켰다고 주장하기 위해 증원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지경이다. 교사만 해도 저출산 때문에 10년 내에 교원 숫자를 2만명 정도 줄여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 교육계 전망이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자리가 없어 발령을 받지 못한 대기자가 600명이 넘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도리어 교사 2만명을 늘리겠다고 한다. 말이 되지 않는다.

지금 정부의 기세를 보면 공무원 17만명 증원을 정말 밀어붙일 모양이다. 남유럽과 남미의 국가 파탄엔 예외 없이 공무원 증원 포퓰리즘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무리한 공무원 증원의 부담은 이 정부가 아니라 지금 젊은 층이 짊어져야 한다. 생색은 자신들이 내고 부담은 후세에 지우는 일이야말로 책임 있는 정부가 반드시 피해야 할 포퓰리즘이다.
조선일보 A39면
조선일보 무료체험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