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南北 철도 사업 '비밀주의'

최원우 사회정책부 기자
입력 2018.10.11 03:13 수정 2018.10.11 05:03
최원우 사회정책부 기자

지난 5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을 다시 언급했다. 그는 "자동차와 기차로 고국에 방문하는 꿈, 여러분과 함께 꼭 이뤄내고 싶은 꿈"이라고 했다.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UN 총회에서도 문 대통령은 "남북이 철도 연결에 착수했다"고 했다. 그가 서울에서 남북 철도를 강조한 날, 평양에서도 남북 철도 얘기가 나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제 협력은 철도 협력을 시작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정상화, 경제공동특구, 동해 관광공동지구로 발전해 가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앞장서서 남북 철도 연결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사업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고, 우리가 어떤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내용은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 정치적 수사(修辭)만 난무한다.

본지가 "북한 철도 현대화에 최소 38조원이 든다"는 한 국회의원 분석 자료를 보도했을 때 정부는 세부 내용 공개를 꺼렸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오히려 "북한이 국내 언론 보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협상에 유리한 쪽으로 활용한다"며 "남한 언론이 38조원 든다던데 그만한 돈은 있는 거냐고 물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하게 말하면 우리 언론이 북한 첩보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말이 좋아 남북 철도 연결이지 본질은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에선 대부분 철도망이 낙후해 열차가 시속 20km도 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를 시속 70~80km 수준까지 끌어올리지 않고선 중국·러시아와의 철도 연결은 무의미하다. 차가 거의 없어 도로보다 철도에 교통 물류를 의존하는 북한이 이 사업을 가장 원하고 있다.

정부는 "연내 착공식을 하겠다"며 말부터 앞세운다. 시작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막대한 혈세가 들어간다. 대대적인 철도망 개·보수와 전력·통신 공급망, 철도 교량, 터널 개·보수까지 포함하면 수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아직 통일이 된 것도 아니다. 정교한 사전 조사를 통해 예산을 얼마나 쓸 수 있고,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분석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게 우선이다. 남북 철도 경협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투명하게 가야 한다는 얘기다.

10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은 "국토부가 진행한 남북 경협 연구 용역 자료를 공개하라"고 했다. 지난 5년간 18차례에 걸쳐 예산 25억원이 들어간 연구다. 하지만 김현미 장관은 "대외비라 공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철저한 '비밀주의'로 추진하는 남북 철도 사업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인가.



조선일보 A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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