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서민 울리는 집값, 울화통 터지는 정책

조형래 산업2부장
입력 2018.10.04 03:14

치솟는 집값 양극화 심화 우려… 젊은 세대 생각하면 집값 잡아야
신도시 교통지옥 여전한데 또 신도시 짓는 게 해법 될까

조형래 산업2부장

젊은 세대나 무주택자들이 치솟는 서울 집값을 보면 힘이 쭉 빠질 것이다. 99㎡(약 30평) 규모 아파트 가격이 10억, 20억원을 넘어서니 앞으로 월급쟁이들은 도저히 집을 사기 힘들 것 같다. 글로벌 도시통계 정보사이트(NUMBEO)에 따르면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rice to Income Ratio)은 17.8이다. 집을 사기 위해 연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17.8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뉴욕, 도쿄 등 선진국 대도시보다도 더하다. 젊은 세대가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주저하는 근저(根底)에도 집 문제가 깔려 있다.

사실 우리나라 대기업 임금 수준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집값에 견주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좋은 직장을 다녀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허덕이다 보면 돈을 쓸 수가 없고, 소비 부진에 따른 내수 불황은 끝날 조짐이 안 보인다. 또 주택 보유 여부와 그 주택이 '서울에 있느냐 지방에 있느냐'에 따라 신분이 갈릴 정도로 자산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문젯거리가 아닐 수 없다. 개인의 능력 차이에서 오는 격차도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자산 격차에 따른 양극화는 대재앙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부동산 보유 여부에 따른 양극화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최근 창간 175주년 기념호에서 자유주의(liberalism) 경제 체제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부동산 양극화를 꼽았다. 젊은 세대가 높은 집세를 감당하지 못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자유주의 체제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런던이나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의 주요 도시들은 젊은 직장인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도심 공동화를 우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국에서도 그린벨트를 허물어 주택을 건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심지어 19세기 미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던 책 '진보와 빈곤'을 쓴 헨리 조지가 주창했던 토지가치세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토지세 부과의 실효성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헨리 조지가 살았던 19세기만큼 토지의 독점이 일어나지 않은 데다 개개인의 삶의 터전인 주택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데 대한 반발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질랜드·덴마크 등 토지세를 도입한 국가들의 실효세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토지세 부활 의견도 개발되지 않은 나대지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고 그 대신 각종 건축 규제를 대거 완화해 주택 건설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가뜩이나 많은 부담을 지게 될 미래 세대와 무주택자들을 생각하면 집값을 안정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일리가 있다. 제발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당위성만으로는 정책을 성공시킬 수 없다. 주택 소유자를 범죄인 취급하듯 징벌적 과세에만 의존했던 정부가 뒤늦게 공급 확대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겠다면서 도로와 지하철 등 교통망 투자는 왜 거꾸로 줄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

GTX(수도권광역철도)든 경전철이든 개발 일정을 대폭 단축해서 직주근접(職住近接)을 가능케 하면 굳이 평생 모아도 모자랄 돈을 들여 서울 도심에 집을 사겠다고 이 난리를 치겠나 싶다. 김포·파주·위례 등 참여정부 때 조성한 2기 신도시의 주민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매일같이 교통지옥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그보다 못하면 못했지 전혀 나을 게 없는 3기 신도시를 짓겠다고 하니 정부 정책을 못 믿는 것이다.



조선일보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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