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비서관이 군사협상 조율… "안보실에서 오더가 내려갔다"

이민석 기자
입력 2018.09.21 03:00

[평양 南北정상회담]
국방부 의견 제대로 반영 안된듯… 주한미군 입장 반영 여부 미지수

'서해 북방한계선(NLL) 기준선 양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 채택을 위한 북한과의 협상은 그간 청와대 안보실이 주도해 왔다. 정부 소식통은 20일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국방부 실무진 대부분은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소외됐다"며 "청와대 안보실의 '오더(명령)'에 따라 굵직한 협상 방향이 결정됐다"고 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최종 합의된 '서해·동해 완충수역'은 최종건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이 협상 전반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에선 정책실장과 대북정책관이 군사 분야 합의 문제를 다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 협상 대표를 맡았던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은 지난 5월까지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을 지냈다. 평화군비통제·국방개혁 비서관 모두 국방을 담당하는 안보실 1차장실(이상철 차장) 산하에 있다. 하지만 청와대 라인이 주도하는 대북 협상 과정에서 우리 군과 미군의 입장을 얼마나 반영했는지는 미지수다.

남북 군사합의서에 서명하는 宋국방 - 지난 19일 평양 백화원 초대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왼쪽) 국방장관과 노광철(오른쪽) 북한 인민무력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남북 군사합의서에 서명하는 宋국방 - 지난 19일 평양 백화원 초대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왼쪽) 국방장관과 노광철(오른쪽) 북한 인민무력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최 비서관은 전날 합의서 발표 직후 평양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부 대표로 합의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상당히 오랜 기간 북한과 협상을 했다"며 "특히 (NLL과 관련) '등면적 원칙하에 협상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협상을) 했다"고 전했다. 협상 과정을 그가 주로 이끌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 비서관은 서해 훈련 중단 구역의 남북 길이에 대해 "정확하게는 그 길이가 (NLL 기준으로) 북측 40여㎞, 우리 40여㎞로 돼서 길이가 80㎞가 된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국방부는 저녁 급히 '남쪽 85㎞, 북측 50㎞'로 수정했다.

최 비서관이 왜 민감한 군사훈련 중단 구역 기준선을 틀리게 말했는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정부의 '거짓말' 논란이 불거지자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추석 연휴가 내일모레부터 시작되는데, NLL 포기로 연결돼 (국민이) 우려하실 것 같아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북한에 양보했다는 비판이 나올까 걱정돼 '남북 간 거리가 동일하다'는 실수성 발언을 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 소식통은 "국가의 안보 태세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인데 국방부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며 "청와대 안보실이 협상과 발표를 주도하다 보니 국방부가 잘못을 알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최 비서관은 연세대 정외과 교수로 군사 전문가는 아니다. 그는 지난 2013년 한 북콘서트에 참석해 "선거 국면에서 (정치권이) NLL을 독도화시킨다. 자꾸 분쟁화시킨다"며 "근본적으로 NLL 지역에 대해 다른 생각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었다. 최 비서관은 전날 브리핑 때도 이 합의에 대해 "남북 관계 분쟁의 발화점이었던 서해 바다를 분쟁의 바다에서 평화의 바다로 전환시키는 획기적 조치"라고 했다.

최 비서관은 미 로체스터대를 졸업, 연세대에서 정치학 석사, 미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8년부터 연세대 교수로 일해 왔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추진단장을 맡았고,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평화군비통제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최 비서관은 특히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와 가깝다. 문 특보는 정부 초기 안보실 2차장을 맡았던 김기정 연세대 교수와 최 비서관 등 '연세대 정외과 라인(연정 라인)'의 좌장이다. 연정 라인으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현 2차관 등도 거론된다.

최 비서관은 최근 문 특보와의 관계 때문에 청와대의 보안 조사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에 최 비서관은 이 기사를 쓴 문화일보 A기자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A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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