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완충구역, 北 기준 따랐나…산으로 가는 軍 해명

윤희훈 기자
입력 2018.09.20 16:58 수정 2018.09.21 16:44
남북이 해상에서의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며 합의한 ‘서해 훈련 중단 구역’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기준으로 남쪽 85km, 북쪽 50km를 훈련 중단구역으로 설정해 공평성 논란이 인데 이어, NLL이 아닌 북측이 주장하고 있는 ‘경비계선’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20일 논란 해명에 나선 국방부는 "담당자가 자료를 만들면서 뭉뚱그렸다"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여기서 더 나가 국방부는 서해 훈련 중단 구역 내 해안선의 길이는 북측이 270km, 남측은 100km 미만이라며 남측에 불리하게 설정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해안선의 길이는 그동안 북한이 NLL을 인정할 수 없다며 새로운 해양경계선을 정하자고 주장할 때마다 앞세웠던 근거였다.

◇ ‘北 경비계선이 훈련 중단 구역 설정 기준’ 주장 나와

문화일보는 이날 서해 훈련 중단 구역은 NLL 대신 북한이 최근 주장한 서해 경비계선을 기준으로 삼아 설정했다는 주장을 1면에 실었다. 보도에 따르면 복수의 해군 예비역 장성은 "NLL을 기준선으로 삼으면 남쪽 약 85㎞, 북쪽 약 50㎞로 약 35㎞ 차이가 나는 반면, 북측의 경비계선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대략 남쪽 70∼75㎞, 북쪽 60∼65㎞로 어느 정도 균형이 잡힌다"며 "결국 우리가 NLL을 포기하고 북측 경비계선 주장을 사실상 수용해 훈련중단구역을 설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4년 일방적으로 ‘서해 경비계선’을 선포하고 우리 함정의 진입을 금지했다. 서해 경비계선은 NLL보다 남쪽으로 최대 20여km 내려와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서해경비계선에 대해 NLL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보고 수용 불가 의사를 밝혀왔다. 이후 북한은 서해 경비계선과 NLL 사이의 수역으로 평화 수역을 지정하자고 요구해 왔다.

남북이 오랜 기간 해상 경계를 놓고 빚어온 갈등을 고려할 때,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은 설정 기준선에 따라 북측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북한군의 모든 요구 사항이 그대로 반영됐다"며 "북한이 청와대에 가져다 준 것을 청와대가 국방부에 전달했을 것이다. 국방부도 어쩔 수 없이 수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차장은 "국가 안보를 지켜야 하는 군 당국으로선 너무나 무책임한 행보"라고 했다.

◇ 논란 키운 軍 해명... 北측 NLL 무시 근거였던 해안선 길이까지 들고 와

논란이 확산되자 국방부는 20일 아침 일찍부터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해명이 불을 키웠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담당자의 실수’였다고 했다.

이 당국자는 "전날밤 (자료를)만들면서 자를 대고 못재봤다"면서 "자로 그으면 135km인데 이걸 구체적으로 할 필요 없어서 80km로 뭉뚱그렸다"라고 말했다. 이는 영토 주권에 대한 국방부의 안일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어 "(훈련 중단 구역의)육지 해안선을 보면 북한의 해안선이 270km, 우리는 최대로 해도 100km"라고 했다. 훈련 중단 구역의 해안선 길이를 따졌을 때 ‘퍼주기’로 보긴 어렵다는 해명이다.

문제는 국방부 당국자가 근거로 든 ‘해안선의 길이’는 그동안 북한이 NLL을 무력화하려고 할 때마다 근거로 제시했던 내용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 1999년 7월 판문점 장성급회담에서 "NLL은 국제법에 심히 배치된다"며 "국제해양법은 영해가 기산선(영해의 너비를 잴 때 기준으로 삼는 해안선)으로부터 12마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은)NLL은 국제법에 대한 엄중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해양안보 전문가는 "국방부 당국자가 언급한 해안선을 기준으로 서해 해상 구역을 따지면 우리가 손해를 보게 된다. 해명 근거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남북이 주적이라는 표현을 지웠다고 하나 엄연히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 각종 영역을 설정하는 건 상당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해 NLL은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일방적인 퍼주기보단 공평한 ‘기브 앤 테이크’로 평화 구역을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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