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왜 여고생 머리를 1cm로 밀었나…범죄전문가들이 분석한 '강진 살인사건'

한동희 기자 백윤미 기자
입력 2018.09.14 11:45 수정 2018.09.14 21:07
‘아빠 친구’의 단독범행 결론
과거 야산서 동네 부녀자 성폭행 전력
범행 직전 내연녀와 주차장서 성관계
비정상적 성적취향 드러나

지난 석 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강진 여고생 살인사건’은 ‘아빠 친구’ 김모(51)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났다. 그러나 범행 직후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건은 숱한 의문을 남겼다.

김씨는 수풀이 우거진 해발 250m 산꼭대기까지 어떻게 ‘시신’을 옮겼을까. 숨진 여고생은 왜 머리카락이 길이 1cm 남짓 ‘스포츠형’으로 잘려 있었을까. 김씨의 행동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같은 의문들은 모두 미제(未濟)로 남게 됐다.

경찰이 12일 '강진 여고생 살인 사건'을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조선일보DB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학과 교수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등 범죄전문가과 함께 ‘강진 여고생 살인사건’ 미스터리를 되짚어 봤다.

①계획된 범죄였나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6월 16일 전남 강진군 도암면 지석리 인근 매봉산으로 이양을 데려가 살해했다. 그리고 시신을 해발 250m 지점에 버렸다.

그는 범행 일주일 전 이양에게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다. 살해되기 전 이양 친구에게 "아빠 친구가 아르바이트 자리 구해준다고 했어. 그 아저씨 만나러 해남으로 가. 내일 큰일이 나면 신고해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오윤성 교수는 "철저한 계획에 의한 살인"이라고 봤다. 범죄 교과서에 나오는 연쇄살인범 전형적 수법이라는 것이다. "6월 9일 피의자 김씨가 여고생 이양, 이양의 부친과 함께 식사를 했어요. 범행 전에 피해자를 떠 본거죠. 뿐만 아닙니다. 김씨는 식사한 다음날 수면제와 면도기 등 범행도구를 준비합니다. 범행 당일에는 멀리 떨어진 저수지에도 일부러 들렀어요. 수사에 혼선을 주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씨는 피해자 이양에게 "아빠에게는 아르바이트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피해자 이양의 입을 완전히 틀어막지는 못했다. 이양이 친구에게 "아빠 친구에게 아르바이트 소개 받았다"고 알린 것이다. 메시지를 받은 친구가 경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면서, 용의자는 신속하게 특정됐다. 오 교수는 "친구의 제보가 없었더라면, 범인은 피해자 가족 곁에서 걱정하는 ‘가짜 표정’을 지으며 수사를 지켜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웅혁 교수도 ‘계획 범죄’ 쪽에 무게를 실었다."김씨가 이미 마음 속에 성범죄를 그려놓은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여고생 만날 장소까지 미리 정해놓고, 머리 깎는 기계(속칭 바리깡)를 가져온 게 그 증거입니다."

②왜 죽였을까
성(性)범죄는 계획에 의한 것이지만, 살인은 ‘우발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를 지휘한 김재순 강진경찰서 수사과장은 "살인이 직접적인 목적이 아니라, 성범죄를 목적으로 한 범행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범죄를 저지르다가 우발적으로 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수정 교수도 "성범죄가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범행 당일, 범인은 이양을 만나기 바로 2시간 반 전에 내연녀와 아파트 주차장 차 안에서 성관계를 가졌어요. 이후에 있을 범죄에 앞서 욕구를 미리 풀기 위해 내연녀를 만난 것입니다. 범죄심리학적 측면에서 아동성도착증 소견도 가능합니다."

수사과정에서 경찰은 김씨의 비정상적인 성적취향을 곳곳에서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틀린 욕망’을 살해된 이양에게 해소하려 했다는 추리가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 수사과정에서 김씨의 성범죄 정황이 드러났지만, 유족과 고인의 명예를 고려해서 수사결과 발표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③ 무거운 시신을 혼자서 산꼭대기까지 옮겼나
시신이 발견된 곳은 강진군 도암면 지석리 인근 매봉산 해발 250m 지점이다. 정상 부근의 비탈진 숲으로, 수풀이 진로를 막는 험한 길이었다. 범인 김씨는 키 172㎝, 몸무게 68㎏ 체구였고, 숨진 이양은 160㎝, 70㎏이었다.

본인보다 무거운 시신을 산 정상 부근까지 옮기기란 어렵다는 것이 범죄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하지만 경찰은 공범 없는 ‘단독 범죄’로 결론 지었다. 김씨가 야산으로 피해자를 유인한 뒤, 산 정상 부근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건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과거에도 "약초 캐러 가자"며 산으로 유인한 뒤 동네 부녀자들을 성폭행했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정 교수는 "김씨가 이번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이양을 산으로 유인한 뒤,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먹이는 방법 등으로 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이전에 전과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오윤성 교수는 시신 부근에서 발견된 ‘낫’에 주목했다. 당초 낫은 살해도구로 추정됐지만, 오 교수는 다른 분석을 내놨다. "낫에서는 이양의 DNA만 검출됐습니다. 이건 ‘유인도구’로 보는 편이 더 타당합니다. 범인 김씨가 이양에게 낫을 쥐어주며 심적인 안정감을 심어 줬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함께 산꼭대기에 올라간 뒤 그곳에서 살인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④이양 머리카락은 왜 잘랐을까
이양은 단발머리였다. 그러나 범행 뒤 발견된 이양의 머리카락은 1cm 남짓으로 잘려진 상태였다. 범행 전 김씨는 자신의 집에서 삭발도구인 ‘바리깡’을 가지고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가 이양의 머리카락을 ‘군인머리’보다 짧게 자른 이유는 의문으로 남았다.

이는 성도착증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에서는 여성 머리를 삭발하거나, 삭발하는 영상을 통해 성적 쾌감을 얻는 이들과 관련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바리깡으로 여성의 머리를 미는 변태적인 영상들이 상당수 게재되어 있다.

오 교수는 성도착증보다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장치로 봤다. "머리카락이 짧게 깎인 상태에서 시신이 부패되면 성별 구분이 어렵습니다. 특히 유가족들이 시신을 한 눈에 식별하기 어렵게 할 목적도 있었을 겁니다."

경찰은 지난 12일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범인으로 지목된 김씨가 이미 숨져 죄를 물을 사람이 없게 된 것이다. 이웅혁 교수는 "여고생 친구의 제보로 자기 정체가 드러나자 김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구독이벤트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