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얼굴 탓에 웃지 않던 아이들 4000명에 행복 찾아줬지만 아직 부족해"

조유미 기자
입력 2018.09.14 03:22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23년째 베트남서 의료성형 봉사… 매년 100여 명 얼굴 기형 수술

"17세 때 의료성형 수술을 받았던 베트남 청년이 곧 결혼한다며 한국에 찾아왔어요. 4세 때 수류탄을 가지고 놀다 심한 화상을 입어 턱과 목이 붙어버린 상황이었죠."

10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만난 백롱민(60·작은 사진) 교수가 손바닥만 한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10여 년 전 베트남 의료봉사 당시 만났던 학생 사진이다. 준비해 간 기기로는 수술이 힘들어 한국까지 데려와 목을 펴는 수술을 했다. 화상으로 일그러진 양 손가락도 폈다. 몇 년 뒤 '선생님 덕분에 대장간에 취직했다'는 소식을 보내왔다.

백 교수는 1996년부터 23년째 베트남에 가서 의료성형 봉사를 하고 있다. 그의 손에 미소를 되찾은 베트남 아이들만 4000여 명이다. 주로 입술·입천장이 갈라진 기형을 갖고 태어난 3~5세 아이들 이나 선천적 얼굴 기형 환자를 수술한다. 올해도 지난 6월 말 한국 의료진 20명과 베트남 푸옌을 방문해 100여 명을 수술했다.

그는 아이들의 미소를 되찾아주고 싶어 의료봉사를 시작했다고 했다. 베트남 봉사를 하며 10년간 국내 순회 진료도 했다. '숨어버린 환자들을 찾아가는 진료'였다. 1980년대만 해도 얼굴 기형 성형이 생소해 선뜻 '수술을 받겠다'며 나서는 이들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백롱민 교수가 지난 2009년 베트남 탄호아 의료 봉사 현장에서 수술받은 아이를 보며 웃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베트남과의 인연도 아이들을 도우며 시작됐다. 주한 베트남 대사에게 '의료봉사를 하고 싶다'고 하자 2주도 안 돼 긍정적인 답이 왔다. 백 교수는 "얼굴 기형 아이들은 자신감이 없어 환하게 웃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기술이 부족해 수술조차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었다"고 했다.

초기 베트남에서의 의료봉사는 쉽지 않았다. 병원 시설과 설비가 열악했기 때문이다. 수술 중 정전도 수차례 겪었다. 백 교수는 "3~5세 아이들은 전신마취를 할 수밖에 없는데, 전기가 끊기면 인공호흡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전기가 끊겨 급하게 수동식 인공호흡기를 누르며 수술을 진행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수술 자국이 다 아물었다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을 볼 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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