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 '미술관 습격사건'

김승재 기자
입력 2018.09.14 03:00

"닭 학대했다"… 갤러리현대서 기습시위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 동물 보호 단체 'MOVE' 활동가 7명이 난입해 20여 분간 점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서양화가 이강소(75)씨의 작품이 '동물 학대'라고 주장했다. 이 작가는 흰색 가루 위에 닭을 풀어 닭이 남긴 흔적을 작품으로 전시하고 있었다. MOVE 활동가들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닭의 행동반경을 제한하기 위해 닭 발목을 끈으로 묶은 것은 동물 학대"라고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종로경찰서 측은 이들을 업무 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MOVE 활동가들은 12일에도 갤러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MOVE 활동가 이지영(20)씨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동물 학대를 용인하는 사회에 비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와 작품을 만든 이 작가 측은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라며 "동물 학대라는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닭 퍼포먼스의 주인공 닭이 발목에 끈이 묶인 채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광용 갤러리 현대 상무는 "소소(닭 이름)에게 유기농 야채를 먹이고, 밤에는 잘 수 있게 건물 조명도 꺼줬다"며 "매일 알도 낳을 정도로 건강하게 지냈다"고 했다. 이 닭은 경기 김포시의 한 유치원에서 교육용으로 키우던 것으로, 갤러리 측이 전시를 위해 일주일간 빌린 후 현재는 유치원에 되돌려줬다.

그동안 개 식용이나 고양이 유기를 반대하던 국내 동물 보호 단체들이 닭이나 호랑이, 침팬지 등 다른 종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개·고양이 학대나 식용에 대한 국민 의식 수준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젠 다른 동물들에게도 관심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흐름이 활동가들 사이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했다.

동물 보호 단체 '케어'는 지난 5일 "서울대공원의 침팬지와 평양중앙동물원의 호랑이를 교환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에 반대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케어의 김태환 활동가는 "남북한 교류를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것뿐"이라며 "한국과 달리 북한에는 동물보호법도 없는데 그런 곳에 동물을 보낼 순 없다"고 했다.

지난 7월에는 동물 보호 활동가 10여명이 한 음식 배달 업체가 주관하는 '치킨 맛 감별사'(일명 치믈리에) 시험장을 점거했다. 이들은 "동물 죽음을 희화화하지 마라"는 시위를 벌였고, 이 때문에 행사가 잠시 중단됐다. 유럽에서는 동물 보호 단체가 육식 중단을 요구하며 정육점을 습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선일보 A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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