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정, 실명 공개 "연기 아닌 성폭력"…조덕제 "떳떳…연기 계속할 것"

노우리 인턴 기자
입력 2018.09.13 18:03
영화 촬영 중 상대 여배우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배우 조덕제(50)가 13일 유죄 확정판결을 받자 피해 여배우가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싶다"며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피해 여배우인 반민정(38)은 이날 대법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 나와 "조덕제의 행위는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이라며 "이번 판결이 한 개인의 성폭력 사건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영화계의 관행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좋은 선례로 남기를 바란다"고 했다.

반면 조덕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지만 존중할 수는 없다"며 "스스로에게 떳떳한 만큼 주저앉거나 좌절하지 않고 본업인 연기를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영화 촬영 중 상대 여배우인 반민정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배우 조덕제와 유죄 확정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실명을 밝힌 반민정./조선DB·OSEN
◇ 반민정 "'연기'와 '연기 빙자한 성폭력' 다르다… 고통스러운 40개월 보냈다"
반민정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법정 공방이 이어졌던 그간 심경을 고백했다. 반민정은 그동안 여배우 A씨로 언론에 보도됐지만 대법 확정 판결이 나자 성폭력 피해자로서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반민정은 "2015년 4월 영화촬영 중 조덕제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고, 지금까지 40개월을 싸웠다"며 "이번 판결이 한 개인의 성폭력 사건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영화계의 관행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좋은 선례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와 '연기를 빙자한 성폭력'은 다르다. 폭력은 관행이 되어서는 안 되며, 잘못된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며 "배우이기도 하지만 연기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제자들이 영화계로 진출할 때쯤엔 부적절하고 폭력적인 영화계의 관행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했다.

또한 반민정은 "성폭력 피해자임에도 그간 구설에 올랐다는 이유로 연기를 지속하기도 어려웠고, 강의 역시 끊겼으며 사람들도 떠나갔다"며 "성폭력 피해를 입으면 법대로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을 뿐인데 저는 모든 것을 잃었고,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민정은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싶다. 저같이 마녀사냥을 당하는 피해자가 없기 바란다"며 "제가 살아낸 40개월이, 그리고 그 결과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 조덕제 "연기 수위 다르다고 강제추행범 되나…스스로 떳떳"
반면 조덕제는 대법 판결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연기 생활도 계속하겠다고 했다.

조덕제는 판결 직후 인터넷매체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되, 존중할 순 없다"며 "법의 테두리에서 무죄를 소명할 기회는 없어졌지만 스스로를 '강제 추행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조덕제는 "(문제가 된) 장면은 만취한 남편이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고 격분해 폭행하다가 겁탈하는 내용이다. 감독의 지시와 시나리오에 맞는 수준에서 연기했고, '오버'하지 않았다"며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불과 몇 미터 앞에서 두 눈을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강제 추행을 했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이어 "지시받은 연기에 대해 각 배우가 머릿속에 그리는 수위가 다를 수는 있지만 이 때문에 하루 아침에 강제추행범이 된다면 사회에 미치는 부작용과 악영향이 클 것"이라며 "스스로에게 떳떳한 만큼 주저앉거나 좌절하지 않고 본업인 연기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항소심서 뒤집힌 뒤 유죄 확정…법원 "연기를 벗어난 범행"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날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덕제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씨는 2015년 4월 영화 촬영 도중 여배우의 속옷을 찢고 바지 안에 손을 넣어 특정부위를 만진 혐의 등을 받았다. 조덕제는 반민정이 수사기관에 허위 사실을 신고하고, 허위내용을 바탕으로 인터뷰를 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조덕제가 연기 도중 여배우의 신체를 만진 행위에는 위법성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무고 혐의에 대해서도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판단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조덕제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조덕제의 강제추행 행위는 연기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연기를 빌미로 저질러진 것일 뿐"이라며 "연기나 촬영 중에도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충분히 보호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덕제는 연기 행위를 벗어나 범행을 저질러 여배우에게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함께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며 "허위로 여배우를 고소해 무고했고,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정신적 고통이 가중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이날 "피해자가 주요 부분에 관해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을 하고 있고, 진술 내용 자체에 불합리하거나 모순된 부분이 없다"며 반민정의 손을 들어줬다.



네이버구독하기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