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한반도-전문가 진단 2부⑰] 조영기 "연락사무소 개설, 철도 시험 운전...국제 공조 구멍날 수밖에"

양승식 기자 윤희훈 기자
입력 2018.09.12 21:00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이 10일 서울 충무로 한선재단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평양을 다녀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느끼는 답답함을 구구절절히 소개했다. 정 실장에 따르면 김정은은 "자신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고 여러차례 천명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 일부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게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풍계리는 3분의 2가 완전히 붕괴되고 핵실험 영구히 불가하다. 동창리도 유일한 미사일 실험장일뿐 아니라 향후 장거리미사일 실험의 완전 중지를 의미한다"며 "비핵화 결정을 옳은 판단이라고 여겨질 여건이 조성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前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은 10일 "비핵화 의지는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실천에 대해서 메시지가 없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기 연구회장은 이날 서울 충무로 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 진행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인터뷰에서 "특사단이 발표한 ‘비핵화’와 북한이 밝힌 ‘조선반도의 비핵화 실현’은 의미가 다르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사단 방북 다음날 나온 노동신문을 보면 ‘조선반도의 비핵화실현을 위해 북과 남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나가자’고 워딩이 돼 있다"며 "비핵화를 실천하자는 게 아니라 노력하자는 건데, 이 말은 조건이 달라지면 실천을 안할 수도 있다는 숨은 의미가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 비핵화’를 약속한 데 대해선 "볼턴 보좌관이 말했던 1년에서 스무 달이 늘어났다"면서 "북한이 20개월을 놓고 장난칠(cheating)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늘 조건을 붙이고 있다"며 "정말 김정은이 핵을 폐기할 의사가 있었다면 최소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핵폐기 리스트 정도는 나왔어야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핵 리스트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북 특사단이 미·북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튼 것에 대해선 "평가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향후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한 간의 다른 인식차를 어떻게 좁힐 것인가"라는 숙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 북한 비핵화가 완료되지 않으면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정의용 실장에게 ‘종전선언과 한미동맹 약화, 주한미군 철수는 상관없는 것 아니냐’고 말한 데 대해선 "김정은이 지금 종전선언과 주한미군은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후에 한미연합사나 유엔사 등의 해체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은 협상전에서 작은 것으로 시작해 물고 늘어지는 전략을 쓴다"고 했다. 이어 "종전선언 이후 주한미군 철수나 재조정과 관련해선 북한이 요구하지 않아도 한국정부가 먼저 화두를 던질 수 있다"며 "지금까지 회담 결과를 보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처럼 우리가 알아서 챙겨주는 게 너무 많다. 지금은 ‘주한미군 철수’를 안하겠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미군 철수 문제는 필연적으로 나온다"고 전망했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이 10일 서울 충무로 한선재단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조 연구회장은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신자주노선’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신자주노선은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서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 발언에서 읽을 수 있다"며 "실제론 비핵화 문제가 해결돼야만 남북관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데, 남북관계 발전을 먼저 내세웠다. 이건 노무현정부에서 내세웠던 자주노선을 현대화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핵문제는 우리 혼자선 해결할 수 없다.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라면서 "그런데 우리가 먼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하겠다. 철도 연결 시험 운전을 하겠다고 한다. 이 모든 게 국제 공조에 위배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조 연구회장은 특히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며 "외국에서 봤을 때 북핵으로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이 이처럼 유화 자세를 취하는데 다른 국가들도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강도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체제 유지'를 약속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북한의 체제를 유지해준다면 한국의 체제는 어떻게 나가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북한은 핵무기를 앞세워서 적화통일을 하고자 한다. (북한의 핵무장으로 군사력 격차가 벌어지는데도)괜찮다고 하는 건 우리 스스로의 통계조작"이라고 꼬집었다.

조 소장은 대북 제재에 대해 ‘군사적 옵션을 방지하는 평화적인 비핵화 유도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과 소련, 그리고 베트남. 사회주의 노선에서 개혁·개방으로 전환한 국가들을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국내 경제 상황이 최악에 이르렀을 때 방향을 선회했다"며 "북한을 비핵화로 끌고 가려면 국제 공조로 북한 경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간 다음에 회담장에 나오게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제안한 ‘경제 발전 청사진’은 북한이 국제규범을 지키지 않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까지 외국 자본이 북한에 투자해서 과실 송금을 한 적이 없다"며 "문재인정부는 북한이 문만 열면 된다고 하는데, 국제 규범 준수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북한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은 김정은이 시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라며 "김정은은 시장을 집권수단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시장이 계획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용인할지 안할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조 연구회장과의 인터뷰 전문.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사절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5일 북한 평양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이 북한을 다녀왔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자 우리가 나서서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은 신자주노선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자주냐, 동맹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을 때,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자주를, 윤영관 외교부 장관은 동맹을 강조했다. 이 싸움에서 자주파들이 힘을 얻었고, 그 결과가 북한의 핵능력 강화로 이어졌다. 반성해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신자주노선은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서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 발언에서 읽을 수 있다. 실제론 비핵화 문제가 해결돼야만 남북관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데, 남북관계 발전을 먼저 내세웠다. 이건 노무현정부에서 내세웠던 자주노선을 현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신자주노선을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근거가 있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사단 방북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쓴 글이 있다. ‘우리 스스로 새로운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간절함을 안고 간다’고 했다. 미국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북한 노동신문은 ‘남북관계 개선을 하는 데 미국의 눈치를 보지말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이 신자주노선과 맞닿아 있다."

-신자주노선을 어떻게 보나?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 혼자선 해결할 수 없다.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가 먼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하겠다. 철도 연결 시험 운전을 하겠다고 한다. 이 모든 게 국제 공조에 위배되는 내용이다. 우리 정부가 이렇게 먼저 치고 나간 것의 분기점은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다. 이번에 특사단이 간 것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번 특사단 방북 결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특사단이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특사단이 다녀온 내용을 보면 세가지다. 첫째,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남북정상회담 개최. 둘째, 비핵화와 관련한 메시지. 마지막으로 남북관계 개선이다. 평양 정상회담은 사전에 예정된 내용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고, 결국은 2가지가 남는다. 이 중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남북정상회담 개최 전에 설치하기로 한 걸 중요하게 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방북 결과 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알아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신문도 6일 김정은이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볼 수 있지 않나?

"특사단이 발표한 ‘비핵화’와 북한이 밝힌 ‘조선반도의 비핵화 실현’은 의미가 다르다. 노동신문을 보면 ‘조선반도의 비핵화실현을 위해 북과 남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나가자’고 썼다. 비핵화를 실천하자는 게 아니라 노력하자는 건데, 이 말은 조건이 달라지면 실천을 안할 수도 있다는 숨은 의미가 담겨있다. ‘적극적으로 실천한다’와 같은 행동에 대한 표현이 들어갔다면 달라졌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내용이 없다. 비핵화 의지는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실천에 대해서 메시지가 없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신뢰는 변함없다"고 밝힌 데 대해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고 화답했다./AP·연합뉴스
-그래도 막혀있던 미·북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텄다는 성과는 있다.

"그 부분은 평가해야할 부분이다. 미국과 북한 간 대화를 뚫고 대화 동력을 만들어졌다는 점에선 평가할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도 비핵화와 관련해 김정은이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다. 다만 향후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한 간의 다른 인식차를 어떻게 좁힐 것인가. 우리가 말하는 비핵화와 저들이 말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 간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가 중요하다. 특사단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당장 내일모레라도 비핵화 행동에 나설 것처럼 하는데, 노동신문을 보면 또 그렇지 않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한다. 이 부분 어떻게 봤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8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1년 이내에 비핵화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북한의 비핵화는 2019년 4월까지 완료돼야한다. 정의용 실장의 발표대로라면 이 기간은 2021년 1월로, 약 20개월 가량 늘어났다. 이 스무달이 어떤 의미인지를 봐야 한다. 난 북한이 20개월을 놓고 장난칠(cheating)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다.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는 최고 지도자가 결정만 하면 바로 지금이라도 비핵화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늘 조건을 붙이고 있다."

-김정은의 비핵화 진정성을 의심할만한 추가적인 근거가 있나?

"앞서 말한 것처럼 늘 전제조건을 단다는 점. 또 기간을 계속 연장함으로써 내가 가질 수 있는 파이를 늘리려고 한다는 점. 또 김정은의 입장에서 핵을 폐기하는 것과 보유하는 것 중 어느 게 자신의 권력 유지에 유리하겠나를 생각해보면 된다. 내가 김정은이라면 핵을 보유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 같다. 또 정말 김정은이 핵을 폐기할 의사가 있었다면 최소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핵폐기 리스트 정도는 나왔어야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핵 리스트를 내놓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 비핵화가 완료되지 않는다면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결국 군사적 행동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이 안된다면 어떻게 될지도 감안해야 한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로 못박은 건 트럼프가 재선이 안될 것도 염두에 두고 던진 것이다."

-정의용 특사가 일단 군사적 옵션을 지연시킨 셈이 됐는데, 트럼프 정부가 더 기다려줄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북한에 대해 아주 순진하게 ‘나는 김정은을 믿는다. 김정은도 나를 믿는다. 비핵화는 된다’고 하면서 이걸 재선에 유리하게 활용할 것이다. 김정은이 왜 비핵화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미뤘을까. 결국 군사적 옵션 시점을 연장시킨 것이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이 10일 서울 충무로 한선재단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비핵화를 2년 내 완료하겠다고 한 거면 최소한 북한도 비핵화 로드맵이 있다는 것 아닌가. 핵물질 반출이나 핵무기 해체 등의 수순에 들어가는 시점도 잡고 있다는 건데.

"중요한 것은 기폭장치를 제거하는 첫 시점이다. 이게 비핵화의 첫 걸음인데, 여기에 가려면 먼저 핵리스트를 제출해야 한다. 최고지도자가 결단을 내리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단계다."

-김정은이 ‘비핵화 결정을 옳은 판단이라고 여겨질 여건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여건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가장 먼저 종전선언일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과 수교를 맺고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하라는 요구로 보인다. 그런데 북한의 체제를 유지해준다면 한국의 체제는 어떻게 나가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북한의 체제를 유지해준다면 한국의 체제는 어떻게 된다는 건가.

"북한의 국력을 강화시켜주면 한국이 역으로 핵을 보유한 북한으로부터 위협을 받게 된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발전으로 북한을 비핵화하겠다거나, 한반도 신경제지도 플랜을 그리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플랜을 그리는 건 맞지만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이를 가로막는 허들을 제거해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인가, 북한의 비핵화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북한은 핵무기를 앞세워서 적화통일을 하고자 한다. 반면 한국은 경제력을 앞세워서 북한을 흡수통일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두가지가 대칭되는 데 북한의 경제력이 강해지면 우리가 갖고 있는 무기가 반대로 약해진다. 국력 싸움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 남북은 70년 이상 이런 전쟁을 해왔다."

-그런 위기감에 대해 진보 진영에선 ‘말이 안된다’고 일축한다. 국력에서 비교할 수준이 안된다고 평가한다.

"국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사상전’, ‘경제전’, ‘군사전’이 있다. 경제전은 압도적으로 우리가 이긴다. 그런데 사상전은 우리가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군사전과 관련해선 우리 재단에서 조사한 ‘종합국력’이라는 평가 지표가 있는데, 핵을 빼면 우리가 월등히 앞서는데 핵이 들어가면 결과가 달라진다. 4차 핵실험 기준으로 우리가 100포인트라고 하면 북한이 130포인트였다. 그런데 그 후 북한은 5차, 6차 핵실험을 했다. 이 결과까지 반영하면 격차는 훨씬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괜찮다고 하는 건 우리 스스로의 통계조작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평양을 다녀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방북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의용 실장의 발표에서 종전선언과 한미동맹에 대한 김정은의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종전선언과 한미동맹 약화, 주한미군 철수는 상관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북한이 왜 종전선언을 요구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지금까지 남북간에 어떠한 선언이나 합의가 없어서 갈등이 있었던 건 아니지 않나. 7·4 선언부터 시작해서 남북 간엔 상당히 많은 선언과 합의가 있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그토록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건가. 김정은이 지금 종전선언과 주한미군은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후에 한미연합사나 유엔사 등의 해체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협상전에서 작은 것으로 시작해 물고 늘어지는 전략을 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다음 수순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혹시 주한미군 재조정 관련해선 북한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남한 정부에서 먼저, 혹은 비용 절감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먼저 이슈를 꺼낼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한국과 미국이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했는데, 이 또한 북한이 먼저 요구한 것은 아니지 않았나.

"그렇다. 종전선언 이후 주한미군 철수나 재조정과 관련해선 북한이 요구하지 않아도 한국정부가 먼저 화두를 던질 수 있다. 지금까지 회담 결과를 보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처럼 우리가 알아서 챙겨주는 게 너무 많다. 지금은 ‘주한미군 철수’를 안하겠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미군 철수 문제는 필연적으로 나온다. 그때 ‘민족공조’라는 단어를 앞세울 것이다."

-종전선언을 계속 요구하는 북한의 속내는 무엇이라고 보나?

"북한은 지금 한미 관계 균열을 원한다. 한미 동맹 균열을 통해 북한은 한국으로부터 경제협력을 받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을 보면 제일 먼저 언급된 게 남북관계 발전이다. 두번째가 군사적 긴장 완화. 세번째가 평화체제 구축 부분에서 비핵화가 들어갔다. 선언문은 우선순위대로 조항이 들어간다. 북한에선 ‘판문점선언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이야기했는데 왜 아직까지 안되고 있나’라고 물을 여지가 있다. 이번 특사단이 북한에서 ‘우리끼리 만찬’을 하는 등 홀대를 받은 것도 이런 불만이 반영된 거라고 본다. 두번째 조항인 군사적 긴장 완화 분야도 잘봐야 한다. 우리 군에서는 군사적 긴장 완화에 대한 방안으로 DMZ 평화지대화, GP 철수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데, 북한에선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는지 알려진 게 없다. 우리 혼자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 남북은 3차 정상회담 개최 전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소하기로 합의했다. 국제사회와 미국의 우려가 있는 상황에 연락사무소 개소를 강행하는 건 어떤 의미로 읽어야 하나?

"연락사무소를 강조하는 것은 문 대통령의 신자주노선과 일치한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비핵화를 끌고가겠다는 것인데, 순서의 문제가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과연 비핵화가 이뤄질까? 두번째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 개성에 남북연락사무소가 생기면 국제 공조에 구멍이 생기느냐 안생기느냐. 외국에서 봤을 때 북핵으로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이 이처럼 유화 자세를 취하는데 다른 국가들도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강도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9일 평야에서 진행된 정권수립 70주년 열병식 및 군중시위가 끝난 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 함께 발코니로 나와 손을 흔들고 있다./노동신문·연합뉴스
-북중 관계가 밀착되면서 대북제재의 효과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여전히 대북제재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 카드라고 보나?

"대북제재는 미국의 군사적 옵션을 막는 평화적인 수단으로서 가치가 있다. 지난해 북한이 6차 핵실험 이후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자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었다. 그 과정에서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논쟁이 벌어졌다. 이 논쟁의 방향을 튼 것이 김정은의 올해 신년사였다. 이 신년사는 신의 한 수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흘러왔다. 북한을 비핵화에 나서게 하려면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야만 한다.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벌어진 상황이 이걸 증명한다. 북한이 빈사 상태에 빠지니까 김정은이 틀을 바꾸고 대화로 나왔다."

-지금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개혁개방’이다. 북한이 이 길을 선택할까?

"중국과 소련, 그리고 베트남. 사회주의 노선에서 개혁·개방으로 전환한 국가들을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국내 경제 상황이 최악에 이르렀을 때 방향을 선회했다는 점이다. 북한을 비핵화로 끌고 가려면 국제 공조로 북한 경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간 다음에 회담장에 나오게 했어야 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은 평양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상당히 긴 시간인데 어떤 일정을 소화하게 될까?

"글쎄 지난번 문 대통령이 가고 싶다던 백두산이나 개마고원 쪽을 갈까? 하지만 교통이 어려운 상황이니 쉽진 않을 것이다. 평양 이외 지역을 간다면 원산 갈마지구와 나진선봉지구가 가장 유력해보인다. 해외 투자 유치와 경제 개발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기에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장소다. 또 지난번 판문점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USB메모리를 넘겨줬다고 하는데, 그와 관련한 현장 확인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발언을 통해선 어떤 메시지를 보낼까?

"연방제 통일과 관련한 메시지가 있지 않을까 전망해본다. 경제 분야는 성과를 포장하기 위한 것이다. 핵심은 신자주노선에 대한 메시지다. 문 대통령이 최근 인도네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돌이킬 수 없는 진도’를 언급했다. 이건 정치 체제와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

-연방제 통일은 어떻게 보나?

"세계에 연방국가는 많다. 미국, 독일, 캐나다 등이 연방국가다. 그런데 연방국가가 되려면 ‘같은 가치, 같은 이념’이 바탕이 돼야 한다. 남북간에 이게 있나? 북한에 우리의 자유의 개념과 인권 개념을 어떻게 들여보낼지 고민해야 한다."

-현 정부와 미국이 북한에 던진 카드는 ‘경제 개발’ 이었다. 한·미가 북한에 보여준 청사진대로 될 수 있다고 보나?

"어렵다고 본다. 해외 투자를 받기 위해선 투자 유치국의 생각이 아니라 투자국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투자국의 생각을 못따라준다. 국제 규범을 안지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외국 자본이 북한에 투자해서 과실 송금을 한 적이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집트의 통신사 오라스컴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문만 열면 된다고 하는데, 국제 규범 준수 여부가 더 중요하다. 만약 문 대통령이 이번에 북한에서 경제 관련 메시지를 낸다면, 북한쪽엔 ‘국제규범을 지켜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경제는 환경이 중요하고, 환경을 만드는 건 심리다. 중국 역시 개방 초기에 외국 투자자들에게 최대한의 보장을 약속했고, 이를 지켰다."

-김정은의 경제 발전 구상은 어떻게 보나?

"북한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은 김정은이 시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다. 2009년 화폐개혁 실패를 통해 김정은은 시장을 잘못 다스리면 역습을 받는다는 걸 배웠다. 2002년부터 북한 내 시장이 확대되니까 김정은은 2005년말쯤부터 시장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통제 정책의 백미가 화폐개혁이었다. 그런데 이 실패로 경제 상황이 굉장히 악화됐다. 이 경험을 통해 ‘앞으론 시장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 경제에 있어서 핵심 축은 두개다. 하나는 시장, 하나는 계획이다. 사회주의 계획 경제에서 시장은 보완재 역할이다. 김정은은 시장이 계획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용인할지 안할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이 경제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김정은은 시장을 집권수단으로 활용하려고 한다는 게 제 관점이다. 북한 내엔 ‘붉은 자본가’(Red capitalist) 계층이 있다. 이들의 경제적 지대(地代, rent)라는 이윤 추구를 김정은이 정치적 지대(地代, rent)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정은은 지금 지대를 높이는 수단으로 시장을 활용하고 있다."



☞ 조영기 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 경제학을 전공한 북한 전문가다. 건국대 경제학과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박사를 했다.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자유민주연구학회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자문위원을 지냈다. 현재 유튜브에서 ‘조영기의 통일 꿈틀’이라는 개인 방송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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