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北 회의론' 본격화…트럼프, 강경파로 돌아서나

이경민 기자
입력 2018.08.29 11:28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낙관적인 기조를 유지해오던 미국 행정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돌연 취소한 이후 미 국무부는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기대한다고 언급한 반면,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이 딴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비핵화 진정성을 의심했다.

미 행정부 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충분하지 않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하는 등 처음으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방북 취소 결정의 촉매제 역할을 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도발적인 편지 내용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 취소에 대한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강경파 편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8년 8월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트럼프 트위터
◇ "북한 딴 생각 하는 듯"…무게 실리는 北 비핵화 ‘회의론’

트럼프 대통령이 4차 방북을 취소한 이후 미 행정부 내에 대북 기류가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들이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28일(현지 시각) 열린 국가안보회의에서 헤일리 대사는 북한 정권이 비핵화 약속과 관련해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들(북한)은 비핵화를 원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마음을 바꾸고 있는 것일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속내를 의심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북한 비핵화) 매우 험난한 과정일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이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그는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 "몇몇 훈련이 중단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선의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북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미래를 계산해 보겠다"고 말했다. 현재 교착 상태에 머물고 있는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으면 군사 훈련을 진행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 /WP
그러나 대북 문제를 직접 대응하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비핵화 의지를 보여줄 것을 촉구하며 여전히 외교적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28일(현지 시각) 그는 국무부 성명을 통해 "나의 평양 방문이 연기되긴 했지만,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6·12 미·북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된 것이 확실해지면 미국도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면서도 "미국은 전 세계 다른 나라들처럼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을 기대하고 있다"고 희망적인 입장을 버리지 않았다.

◇ 트럼프의 첫 문제 제기가 계기… ‘도발적’ 김영철 편지도 한 몫

미 행정부 내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공식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하면서 처음으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서부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칭찬과 비핵화에 대한 낙관론으로 대북 정책을 밀어붙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북 강경파들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한반도 비핵화가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않고 있다고 느낀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취소했다. 전날 폼페이오 장관이 미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으로 방북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이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하지 않다는 회의론을 의식해 지금까지 공개석상에선 북한 비핵화에 대한 낙관론을 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북을 취소하게 된 계기도 회의론에 불을 지피는 데 한 몫 했다. 27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한 이유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받은 도발적인 내용의 편지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8일 이 같은 보도 내용에 대한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김영철(왼쪽)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조선DB
WP에 따르면, 24일 이 편지를 전달받은 폼페이오 장관은 즉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편지를 읽자마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를 발표했다. 이어 CNN이 편지 내용을 공개했는데, 편지에는 비핵화 협상이 "다시 위기에 처해있으며 무산될 수도 있다"는 경고성 내용이 포함됐다.

또 "(북한 정권은) 평화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미국은 아직도 (북한의) 기대에 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느낀다"며 "이 때문에 과정이 진전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트럼프, ‘대북 압박’ 강경파들 편에 서게될 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하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과 관련해 북한이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시작한 북한과의 외교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평양이 최근 그의 움직임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과 같은 북한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하려는 강경파들 편에 서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 비핵화 협상이 두 달이 넘도록 교착 상태에 빠지자 추가 대북제재를 부과하는 등 이미 조금씩 북한을 압박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는 21일 웨스트버지니아주(州) 선거지원 유세에서 "북한 제재를 빨리 풀어주고 싶지만 북한이 먼저 핵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23일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이 더 빨리 움직이길 원하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에 매우 무거운 제재를 부과하고 있고 제재를 추가했다"다고 압박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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