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뉴스 읽기] "멈춰선 한미훈련… 파이트투나잇 정신 흔들릴까 걱정"

최경운 논설위원
입력 2018.08.16 03:12

최경운 논설위원이 만난 임호영 前연합사 부사령관

최경운 논설위원

예년 같으면 폭염이 한풀 꺾이는 8월 하순은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한창일 때다. 하지만 올해는 양국 정부가 UFG를 취소해 양국 군의 움직임이 조용하다. 임호영(59·예비역 육군 대장)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북한 120만 정규군을 상대로 손발을 맞춰온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은 북한의 핵 실험장, 미사일 시험장 폐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호의적 조치"라며 "북한이 내년까지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미적댄다면 연합 훈련을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훈련 중단이 가져올 한·미 연합군의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오늘 밤이라도 싸울 수 있다) 정신 약화가 무엇보다 걱정"이라며 "양국 군대가 UFG 취소에도 전투 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다른 형태의 대비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육군 5군단장,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을 거쳐 연합사 부사령관을 끝으로 작년 8월 전역한 그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만나 한·미 연합 훈련이 갖는 의미와 훈련 중단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UFG 훈련 취소로 한·미 연합 전력에 문제는 없을까.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이다. 1990년 미군의 걸프전 참전 영향으로, 1992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의 핵 사찰을 받는 조건으로 한·미 연합 훈련이 취소됐던 적이 있었지만 연합 전력이 약화되지는 않았다."

―훈련을 안 하면 미군의 한반도 지형 숙지나 항공 타격 전력 유지에 지장이 있는 것 아닌가.

"UFG는 취소됐지만 미군은 지난달에 일본과 합동 훈련을 했고 한국군 등 26국이 참가하는 림팩 훈련 등을 통해 전투 대비 태세를 유지해왔다. 미 전폭기가 한반도에 안 와도 이미 북한 전략 시설에 대한 타격 좌표는 확보돼 있기 때문에 유사시 공군 작전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연합 훈련을 안 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뜻처럼 들린다.

"훈련을 '한 번' 유예한 경우 군사 기술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다만 훈련 취소가 반복된다면 다르다. 훈련하지 않은 군인이 실전에서 어떤 위험에 처할지는 자명하다. 무엇보다 한·미 연합군과 국민 의식 속에서 '파이트 투나잇' 정신이 약화할까 걱정이다. UFG가 취소됐어도 한·미연합사가 전투력을 유지하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 연합 훈련이 중단됐을 때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양국 군대에서 다른 형태의 준비가 있었다."

―미군에 한·미 연합 훈련이 중요한 이유는 뭔가.

"대략 근무 기간이 2년인 주한 미군은 통상 매년 6월에 인사가 있다. 주한 미군 장교의 상당수가 그때 교체된다. 새로 배속된 미군 장교들이 8월에 열리는 UFG 연습을 통해 한반도 전쟁 상황을 가정한 작전 계획과 실전 운용 과정을 숙지한다. 미 펜타곤(국방성)까지 참여하는 UFG 연습을 하지 않는 것은 양국 군대가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는 것이다."

―한반도 전장(戰場)의 특성은 뭔가.

"미군이 근래에 전쟁을 벌인 지역은 주로 사막 지대였다. 반면 한반도는 주로 산악 지형이다. 특히 북 지상 전력은 상당 부분 갱도(坑道)에 감춰져 있다. 무엇보다 북한군처럼 강한 훈련으로 단련된 정규군을 상대하는 전장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미 연합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임 전 부사령관은 “UFG 취소는 북의 핵 실험장, 미사일 시험장 폐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호의적 조치”라며 “연합 훈련 취소가 한·미 양국 군의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오늘 밤이라도 싸울 수 있다)’ 정신 약화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했다. /성형주 기자

―트럼프 미 대통령은 훈련 취소 이유로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점을 꼽았는데.

"연합 훈련에 동원되는 미 예비군 전력에 대한 훈련수당 등이 상당하다. 항공모함 등 전략 자산 전개에도 큰 비용이 든다. 하지만 연합 훈련을 통해 양국 군이 정보를 교환하고 전력 운용의 숙련도를 높이는 효과를 무시해선 안 된다."

―연합 훈련 취소로 미군도 잃는 게 많다는 뜻인가.

"미군은 다른 나라들과도 연합 훈련을 한다. 그런데 120만 정규군(북한군)의 전면 공격을 상정한 연습은 한·미 연합 훈련이 유일하다. 연합사 전투모의훈련센터(일명 워크센터)는 동북아에서 제일 큰 규모다. 이런 기지에서 하는 연습은 미군의 큰 자산이다."

―UFG는 북의 남침(南侵)을 가정한 방어 훈련이다. 그런데 북은 왜 반발할까.

"한·미 연합 훈련은 북이 남침할 경우 지휘부를 포함한 적 전투력 전체를 궤멸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돼 있다. 무엇보다 한·미 연합 전력은 세계 어떤 군대보다 위력적이다. 또 연합 훈련을 하면 북도 김정은이 갱도로 대피하고 맞대응을 위해 상당한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 한·미 연합 전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다. 북에선 연합 훈련이 도발적이라고 하는데 본질은 방어 훈련이다. 북의 이런 반응은 연합 훈련이 갖는 대북 억지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한·미 연합 전력은 어느 정도 위력적인가.

"걸프전 때 미군의 전쟁 능력 향상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토마호크 같은 첨단 무기의 정확성과 최첨단 야간 작전 수행 능력에 중동의 군사 강국으로 평가받던 이라크도 속수무책이었다. 북한 재래식 전력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다."

―한·미 정상은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연합 훈련을 유예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협상 국면에서 한번 유예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다만 북한의 가시적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 훈련이 취소된다면 문제다. 미군 장교들은 군대가 훈련하지 않으면 나중에 부하의 피로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믿는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에 대한 거부감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

―북은 연합 훈련 중단을 가역적 조치라며 평가절하한다.

"연합사는 데프콘 3, 즉 한반도 전쟁 발발 위기 때 비로소 깨어나는 조직이다. 대신 평시에는 1년 내내 훈련 준비, 훈련, 사후 평가를 하는 데 투입된다. 연합 훈련 일정과 전력 동원 계획도 미군의 전 세계 훈련 일정과 조율을 거쳐 훈련에 임박해서야 확정된다. 이렇게 준비된 훈련을 연기하는 것은 평소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각에선 연합 훈련 유예가 주한 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주한 미군 철수는 한·미 동맹이 얼마나 굳건하냐에 달린 문제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 정부의 동맹 수호 의지가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6월 첫 미국 방문 때 버지니아에 있는 장진호전투기념비를 찾았다. 이런 노력이 중요하다."

―미군은 지금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브룩스 연합사령관은 최근 상황을 기회와 도전(위기)이 상존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하더라.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최근 미 태평양사령관 출신 해리 해리스 장군이 주한국 대사로 부임했는데.

"해리스 대사도 그렇고 후임 연합사령관으로 거론되는 에이브럼스 대장도 강성이라고 들었다. 북한에 시시하는 바가 크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까. 만약 북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으면 연합 훈련을 재개해야 하나.

"북은 재래식 전력으로는 한·미 연합 전력을 상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40년 이상 핵개발을 해왔다. 그런 북이 핵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령 비핵화에 나선다 해도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하며 협상을 지루하게 끌고 갈 것이다. 북이 내년까지 계속 비핵화 조치에 미적댄다면 연합 훈련을 재개해야 한다."

[주요 한미연합훈련 뭐가 있나]
 
을지프리덤가디언·키 리졸브, 지휘소에서 컴퓨터로 워게임
독수리, 야외 기동·상륙훈련

한·미 양국 군대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합 훈련으로는 키리졸브(KR), 독수리 연습(FE)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있다. UFG와 KR은 지휘소 연습, FE는 야외 기동 훈련이다. 통상 UFG는 매년 8~9월, KR·FE 훈련은 2~4월에 실시된다. 주한 미군뿐 아니라 미 본토 병력이나 태평양 지역 주둔 미군 일부도 참여한다.

UFG 연습은 북의 전면 남침을 가정해 야외 기동 훈련 없이 워게임 등이 이뤄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컴퓨터 기반 모의 지휘소 연습이다. 한미연합사령부에서 미 본토까지 연결하는 대규모 워게임을 통해 연합사와 예하 사령부 지휘관, 참모 요원들을 훈련한다. 전쟁 수행 절차를 익히는 게 주목적이다.

키리졸브 연습도 UFG처럼 지휘소 연습이다. 1994년부터 시작된 연합전시증원(RSOI) 훈련이 모태다. RSOI 훈련은 유사시 대규모 미 증원군이 한반도에 도착했을 때 이들을 항만·공항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수용하고 전방부대로 이동시키는 과정을 숙달하는 연습이었다.

독수리 연습은 1961년 실시한 한국군 특전사와 미군의 후방 방어 훈련에서 비롯됐다. 1970년대 후반부터 규모가 커지기 시작해 대침투 작전, 야외 기동, 연합 상륙 작전까지 포괄하는 연합 훈련으로 확대됐다. 지휘소 연습인 KR과 야외 기동 훈련인 FE 연습은 봄에 같이 실시된다.



조선일보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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