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잔인할 수 없고… 더 이상 관대할 수 없다

송혜진 기자
입력 2018.08.15 03:01

15세 관람가 영화·TV 드라마에 살인·신체 절단·알몸 노출 범벅

"'15세 이상 시청가'라면 중학교 2학년이 봐도 된다는 거잖아요? 아이가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도저히 같이 못 보겠던데요?" 경기 성남에 사는 주부 나희주(45)씨가 지난 11일 처음 방영된 OCN 드라마 '보이스2'를 봤다며 말했다. "사람 팔을 잘라내질 않나, 귀를 뜯어내 기념품이라면서 상자에 넣질 않나… 고등학교 2학년 딸이 보다가 무섭다고 울더라고요."

TV 드라마와 영화 등급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 초 SBS 드라마 '리턴'이 '15세 이상'이면서도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이어서 거센 시청자 항의를 받았던 게 논란의 새로운 시작이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독전', 6월 영화 '마녀'가 모두 "대단히 폭력적이고 잔인하다"는 평에도 '15세 이상 관람가'였다. "등급 심의 기준이 폭력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얘기가 자연스레 나온다.

◇감독조차 갸우뚱하는 등급

영화 '마녀'의 박훈정 감독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솔직히 '15세 이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 영화엔 고등학생 또래들이 사람을 연달아 죽이고 시신을 훼손하거나 유기하고 불태우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는 이 영화에 대해 "시신 유기, 총격전 등 살인과 폭력 장면들이 다소 자극적으로 묘사됐으나 판타지적 요소가 강한 주제임을 감안해 표현의 수위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판타지 영화라는 것 등을 감안해서 등급을 낮춰줬다는 얘기다. 관람객들은 이런 영등위 결정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영화 평점 사이트에서도 '이게 왜 15세 이상 관람가냐'는 질문이 넘쳐난다.

'마녀'보다 한 달 앞서 개봉한 '독전'도 '15세 이상'을 받으면서 비슷한 논란을 빚었다.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 두목을 잡으려는 형사 이야기여서 마약 제조·유통 과정은 물론이고 등장인물들이 마약을 흡입하는 장면도 적나라하게 나온다. 갖가지 고문 장면, 팔을 잘라내는 장면도 있다. 여자 배우 상체도 여과 없이 노출된다. 여성의 상체 노출이 포함된 영화가 대개 '청소년 관람 불가'를 받는 것은 그간 영화계의 상식이었다. 영등위는 "문제가 되는 장면이 제한적으로 묘사됐기에 15세 이상 청소년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라고 설명했지만 영등위 홈페이지에서 관객들이 영화 등급을 정하는 '나의 영화 등급' 코너에서 '독전'은 '청소년 관람 불가'를 받았다. 관객들조차 영등위 심의가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느낀다는 방증이다. 한 전직 영등위 위원은 "등급 심의에서 영등위 위원들끼리도 외국보다 우리가 성(性)에 대해선 엄하고 폭력에 대해선 관대한 것 아니냐는 토론이 벌어지곤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등급은 맘대로 오락가락

드라마 등급 심의 기준엔 더 허점이 많다. 시청 등급을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매기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사후 제재 조치를 취하기 때문이다. 가령 OCN이 올해 초까지 방영했던 드라마 '나쁜 녀석들:악의 도시'는 폭력적인 장면이 과한 방영분은 '19세 이상', 그렇지 않을 때는 '15세 이상'으로 등급이 매겨져 방영됐다. 한 드라마의 등급이 편마다 오락가락한 셈이어서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 드라마는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OCN 드라마 '보이스1'도 초반엔 '15세 이상 시청가'로 방송하다가 폭력성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자 방송 도중 '19세 이상'으로 등급을 갈아탔다.



조선일보 A21면
헬스조선 상례서비스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