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잘 부탁한다" 놓고… 팽팽히 맞선 대질

윤주헌 기자 박해수 기자
입력 2018.08.11 03:00

드루킹 "작년 3월 내게 지방선거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주장
김경수는 "대선 치른 후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인사 건넨 것"

김경수 경남지사와 드루킹 김동원씨가 9일 대질조사에서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첨예하게 맞섰던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드루킹은 "김 지사가 '6·13 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했다"고 주장했지만, 김 지사는 "의례적인 인사만 했을 뿐 지방선거를 언급하진 않았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김 지사는 이 의혹과 관련해 "당시 정치 지형을 이해하지 못한 억지 논리"라고 해왔다.

특검팀은 김 지사의 주요 혐의와 관련해 김 지사와 드루킹의 진술이 엇갈리자 9일 대질을 했다. 드루킹은 이날 특검팀에 "2017년 3월 김 지사가 먼저 '내년 지방선거도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를 듣고 있던 김 지사가 "그건 말이 안 된다"면서 "드루킹의 주장대로라면 대선을 앞둔 시점인데 어떻게 (그 이후에 있을) 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하겠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대선이 끝나고 난 뒤인 지난해 6월 드루킹에게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만 말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드루킹이 대선 때 김 지사를 도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형식적인 인사를 했던 것이지 지방선거에서 댓글 조작을 해달라고 부탁한 게 아니라는 것이 김 지사 측 주장이다. 드루킹은 김 지사의 반박에 "그 당시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었기 때문에 지방선거를 말하는 것이 이상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재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이 부분에 대해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인 이유는 드루킹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김 지사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드루킹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김 지사 측이 여러 번 전화를 걸어 "도모 변호사를 센다이 총영사로 추천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주장한다. 도씨는 드루킹의 최측근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드루킹 일당이 지난 2월과 3월 사이 22만1729개의 댓글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추가 기소한 바 있다. 조작한 댓글의 내용은 대부분 친(親)정부적이었다는 것이 기소 당시 특검팀 설명이다.

특검팀은 지방선거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드루킹이 댓글 조작을 벌이고 이 대가로 김 지사가 드루킹 측근의 공직 자리를 알아봐 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기 때문에 아직 시효가 살아 있다. 특검팀이 이달 초 김 지사 관사 등을 압수 수색하면서 영장에 이 혐의를 포함시킨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6일과 9일 두 차례 소환에서 총 38시간 동안 김 지사를 조사한 특검팀은 구속 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검팀 내부에서는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댓글 조작을 지시한 증거가 확보됐고, 김 지사가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진술과 정황 증거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같은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는 드루킹이 구속됐다는 점도 형평성 차원에서 고려 대상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날 조사를 마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검 조사를 마치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제는 특검이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직 진실에 입각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답을 내놓을 차례"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번 주말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A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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