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질서도 못 건졌다"vs "구속 가능성 높이는 수사기법"

오경묵 기자
입력 2018.08.10 18:05 수정 2018.08.10 18:26
김경수 지사, 핵심 혐의 모두 부인…金 “증거 없다”
킹크랩 시연회 참관 등 댓글 조작 지시·보고 여부
오사카·센다이 총영사 등 인사청탁 있었는지도 중요

김경수(왼쪽) 경남지사와 ‘드루킹’ 김동원씨. /조선DB
김경수 경남지사가 두 차례에 걸쳐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특히 9일 소환 조사 때는 '드루킹' 김동원(49)씨와의 대질 조사도 이뤄졌다. 김 지사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 장면을 봤는지, 댓글 조작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와 보고가 있었는지, 이를 대가로 인사청탁을 받고 들어주었는지 등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10일 “주요 쟁점마다 양측의 진술이 첨예하게 엇갈렸다”고 했다. 그는 “양측이 진술한 내용을 세세하게 검토해 진술이 바뀐 부분이나 논리적으로 모순인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했다. 특검팀은 김 지사의 진술 내용에 대한 검토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의 말 대로라면 특검팀이 결정적 증거는 물론 대질조사에서도 건진 게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드루킹 뿐만 아니라 경공모 핵심 회원들의 진술 증거만으로는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지사는 조사 이후 주변에 ‘특검팀이 새로운 증거를 갖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소환조사 이후에도 김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저는 그런 유력한 증거, (특검팀이) 그런 거를 저희는 확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모두 특검팀의 수사기법일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김 지사가 부인할 것이 예상되는 데도 특검팀이 드루킹과의 대질 조사를 한 것은 김 지사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려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진술증거만으로 수사를 해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특검팀이 결정적 국면에서 내놓을 ‘카드’를 숨긴 가운데 김 지사의 입장을 확인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현직 부장검사는 “이미 언론에 나온 증거들만으로도 공범관계 입증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부인하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피의자를 소환해 조사할 때 증거를 일부 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는 등 진술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없는 피의자에게 핵심적인 증거를 제시할 필요는 없다”며 “도리어 반격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되는 등 혐의 입증에 예기치 않은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지사가 혐의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거짓 증언을 찾아내거나 증거인멸, 말 맞추기 등의 정황을 파악해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주요 피의자를 구속할 때 영장 실질심사 단계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해 영장을 발부받는 경우가 많았다. 김 지사를 둘러싼 주요 쟁점 등을 짚어봤다.

①“킹크랩 시연회 참관해” vs. “킹크랩 모른다”
김 지사는 10일 오전 5시 20분 조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특검팀 사무실을 나서며 기자들과 만나 '킹크랩 시연을 보거나 드루킹과 인사 청탁을 주고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입장이 바뀐 것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날 대질 신문에서 양측의 진술이 가장 첨예하게 엇갈린 부분은 2016년 11월 드루킹이 이끄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본거지인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킹크랩 시연이 있었는지 여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킹크랩을 본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반면 드루킹은 "김 지사에게 킹크랩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설명했으며, 김 지사가 감탄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김 지사는 킹크랩을 몰랐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반면 드루킹은 킹크랩과 같은 댓글 조작에 사용될 매크로 프로그램을 보여줬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9일 오전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재소환됐다. 김 지사는 특검 사무실 주변에 모여 있던 자신의 지지자 200여 명에게 손을 흔드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윤민혁 기자
② “김 지사가 고개 끄덕여 승인” vs. “그런 적 없다”
특검팀이 킹크랩 시연 참관을 놓고 집중적인 조사를 벌인 이유는 '시연 참관'이 곧 구체적인 지시와 보고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드루킹은 앞서 본지에 보낸 옥중편지에서 "킹크랩을 시연하고 나서 '의원님의 허락이나 동의가 없다면 저희도 이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고개를 끄덕여서라도 허락해주십시오'라고 했고, 김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사건이 불거진 뒤 킹크랩의 존재를 알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날 대질 신문에서도 드루킹은 "킹크랩 시연을 본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고 했고, 김 지사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의 진술 내용을 따져보면 킹크랩 등의 시연 장면을 본 적도 없고, 댓글 조작 작업을 지시하거나 묵인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드루킹은 김 의원의 묵인이 있었고, 수만건의 '작업'을 했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시연에 참석한 드루킹의 측근 '둘리', '서유기', '솔본아르타' 등에게서 앞서 확보한 진술을 바탕으로 김 지사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보고 있다.

③“센다이총영사 逆제안”vs. “청탁 거절 후 협박당해”
또 다른 쟁점은 댓글 조작 작업에 대한 '대가'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 부분은 드루킹의 ‘범행 동기’와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드루킹 측은 김 지사에게 자신의 측근인 도모(61) 변호사를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지난 3월 도 변호사와 '면접성 만남'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지사가 "6·13 지방선거에서도 도와달라"며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재차 제안했다는 의혹도 불거져 있다.이와 관련해 드루킹은 "김 지사가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역으로 제안했다"고 주장한 반면, 김 지사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김 지사는 이날 특검 조사를 마치고 나서도 '인사 청탁을 주고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입장 바뀐 게 전혀 없다"고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도 변호사와 면접을 본 백 비서관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단서가 포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 청와대가 드루킹의 또 다른 측근인 윤모 변호사에게 아리랑TV 상임감사직을 제안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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