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외치는 대통령, 반대하는 참여연대… 그 사이 낀 장하성

정우상 기자 이민석 기자
입력 2018.08.10 03:07

'삼성 투자 구걸' 이어 '정부, 대통령 말도 안들어' 발언자 지목
靑 "장 실장, 구걸논란땐 휴가중… 靑·정부 갈등 발언도 안해"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주도했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깊은 고민과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각종 규제 개혁과 혁신 성장에 속도를 내면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힘이 실리는 반면 장 실장은 김 부총리와의 갈등설이 증폭되면서 '반(反)기업' 이미지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 실장의 생각이나 의도와 달리 '김동연 대(對) 장하성' 대립 구도에 장 실장이 갇혀 가는 모양새"라고 했다. 장 실장이 친정인 참여연대와 문 대통령 사이에 끼여 소신 행보를 하기 힘든 처지가 됐다는 관측이다.

장 실장은 최근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을 두고 "재벌에 구걸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발언을 한 당사자로 지목됐다. 그러나 청와대 정책실 관계자는 9일 "논란 당시 장 실장은 휴가 중이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삼성 방문 계획을 밝힌 지난달 26일 장 실장은 대통령보다 1주일 앞서 휴가를 떠난 상태였다. 청와대 측은 "삼성 방문에 대한 청와대와 기재부의 논의는 장 실장 휴가 중에 모두 완료됐다"고 말했다.

/일러스트=김성규

청와대는 '구걸 논란'에 대해 그동안 "구걸 발언은 사실무근이다. 하지만 삼성 방문에 대해 청와대와 경제부총리 간에 의견 조율은 있었다"고 설명해 왔다. 장 실장은 이를 해명하자는 일부 측근들의 건의에 "구차해 보인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신이 계속 반기업, 강경 정책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것에는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에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다. 참여연대 출신인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소셜미디어에 "청와대·정부 갈등설의 당사자를 만났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청와대 인사가 '(정부가) 대통령 말도 안 듣는다, 자료도 안 내놓는다, 조직적 저항에 들어간 것 같다, 말을 할 수 없는 위치라 답답하다'는 말을 했다"며 "갈등설이 꽤 심각한 상태까지 왔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박 전 의원 글에는 "발언 당사자가 장 실장 같다"는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그러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장 실장이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박 전 의원과 만나거나 통화한 적도 없다. 장 실장에게 직접 확인했다"고 급히 진화했다.

청와대는 "규제 개혁을 두고 장 실장이 반대한다는 소문도 실제와 다르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규제 개혁은 공무원 밥그릇을 건드리는 건데 이걸 기재부나 금융위가 손들고 하겠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며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 전문 은행 규제 완화에는 장 실장과 함께 일하는 정태호 일자리수석이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실장에 대해 잘못되고 과장된 정보가 시장과 정치권에 번져 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정책실 관계자는 "장 실장은 비공개로 기업인들도 자주 만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 실장의 정책 장악력은 집권 초 같지 않다는 관측이다. 우선 장 실장이 맡아온 소득 주도 성장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 장 실장은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등 '청와대 3실장' 중 유일하게 '대선 캠프' 출신이 아니다. 경제 성적이 나빠질수록 장 실장의 국정 장악력이 약해지는 반면 임종석 비서실장 등 캠프 출신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민단체 출신인 장 실장이 진보층 입장 전달에만 치중한다면 '반기업' 이미지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 완화 등 재계와 시민단체들의 갈등이 커질수록 장 실장이 중재 역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장 실장의 '반기업' 이미지는 그가 주도한 '소득 주도 성장'의 결과가 안 좋았기 때문"이라며 "경제가 나빠질수록 장 실장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라고 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기존 정책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규제 개혁에서 시민단체와 재계를 모두 적극적으로 만나 설득하는 등 행동으로 '강경파'의 딜레마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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