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北·이란 커넥션

안용현 논설위원
입력 2018.08.10 03:16

1980년 이라크가 혁명의 소용돌이에 빠진 이란을 공격했다. 이란은 고립무원이었다. 서방은 반미로 돌아선 이란을 멀리했고 주변국은 이슬람혁명의 확산을 두려워했다. 이란이 공산당을 탄압하자 소련도 등을 돌렸다. 그때 북한이 손을 내밀었다. 1982년에만 북은 T-62 탱크 60대, 지대공·대전차 유도탄, 다연장로켓포 같은 무기 3억달러어치를 대주었다. 특수전·탱크 교관도 수백 명 보냈다. 1989년 평양을 찾은 하메네이 대통령은 김일성에게 '전후 복구 참여'란 선물을 안겼다. 북은 '이란 특수(特需)'를 누렸다. 하메네이는 지금 이란 최고 지도자가 돼 있다.

▶북한식 스커드 미사일을 본떠 이란 탄도미사일이 태어났고, 이란은 앞선 인공위성 기술을 북 ICBM에 빌려줬다. 뉴욕타임스는 "2012년 이란이 사우디 석유 회사를 사이버 공격한 것, 2013년 북한이 한국의 은행과 방송사 컴퓨터망에 침투한 것은 수법이 매우 비슷했다"고 했다. 2013년 이란은 김일성대에서 박사를 받은 군 인사를 정보통신 장관에 앉혔다. 북·이란이 핵까지 공유하는 것은 미국의 악몽이다.

▶탈북 외교관은 "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때 테헤란 북 대사관이 지하에서 밀주를 만들어 외화벌이를 했는데 이란 정보 당국은 알고도 눈을 감아줬다"고 했다. 작년 8월 이란은 테헤란 북 대사관 신축을 지원했는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이 개관식에 맞춰 이란에 갔다. 당시 이란 외교부는 "선대 수령이 마련한 양국 관계는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북·중 관계처럼 들렸다.

▶이번주 미국이 이란 제재를 복원하던 바로 그날 리용호 북 외상이 테헤란을 찾았다. 로하니 대통령은 "(여럿이 함께한) 이란 핵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미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고 했다. 리용호는 "미국의 제재 복원은 국제법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북·이란의 공동 전선이 북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이란 입장에서 한국은 네 번째 수출국이자 세 번째 수입국이다. 한때 한류는 이란을 휩쓸었다. 그래서 미국의 이란 제재에 한국은 주목 대상이 된다. 이란 외교관은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리용호·로하니 면담을 통역한 이란 외교관은 2016년 박근혜·로하니 정상회담 때도 배석했다고 한다. '미국 대(對) 북·이란'은 복잡하게 얽힌 미로다. 우리 외교는 어디쯤 가 있나.



조선일보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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