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음 남북 정상회담은 비핵화 회담이어야 한다

입력 2018.08.10 03:19
북한이 9일 "판문점 선언 이행 상황을 준비하고 남북 정상회담 준비와 관련한 문제를 협의하자"며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를 제의해왔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문재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성사되면 남북 정상회담이 올 한 해에만 세 번 열릴 수 있게 된다.

김정은은 위기를 맞을 때마다 남북 정상회담을 활용해왔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안보리의 전방위 대북 제재가 명줄을 죄어 오자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전격 제의했다. 5월 25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 취소를 밝히자 바로 다음 날 또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3차 정상회담 논의 제의도 점점 강해지는 미국의 북핵 폐기 압박과 관련 있을 것이다.

실제 최근 미국 조야(朝野)의 대북(對北)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북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미적거리자 미국 내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최대 압박'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대북 강경파인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연일 "비핵화 진전 때까지 모든 제재를 엄격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지난달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제재'를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이 원하는 '연내 종전(終戰) 선언'에 대해선 '최소한 핵 신고서는 제출해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 정권 수립 70주년인 9월 9일을 전후해 '종전 선언 쇼'를 하려던 계획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가 김정은과 협상해야 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북핵 폐기다. 김정은을 만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김정은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안보리 대북제재위의 전문가 패널은 '미·북 정상회담 후에도 북이 핵·ICBM을 계속 늘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거꾸로 핵 무력 강화로 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북은 핵보유국이 되고 우리는 '핵 인질'이 된다.

북은 13일 고위급 회담을 통해 열려는 3차 정상회담을 한·미 간 이간과 시간 끌기, 제재 무력화를 위한 틈으로 만들려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을 9·9절 축하 사절처럼 꾸미려 할 수도 있다. 미·북 중간의 중재 역할은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 그 시점은 지났다. 3차 남북 정상회담까지 비핵화 회담으로 만들지 못하고 엉뚱하게 겉돌면 국민의 인내도 바닥날 것이다.
조선일보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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