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발전이 직원2명 '구멍가게' 석탄수입업체와 계약한 까닭은?

송기영 기자
입력 2018.08.09 15:39 수정 2018.08.09 16:37
북한산 석탄 수입 의혹과 관련해 석탄을 납품한 H사가 어떻게 원산지를 속여 9700t의 석탄을 국내에 반입했는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H사는 경쟁사들보다 20~30% 낮은 수준의 가격을 제시해 남동발전에 석탄을 납품했다. 자본금 5000만원에 설립된 지 4년이 채 안된 ‘구멍가게’ 업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당시 입찰에는국내외 굴지의 기업들도 참여했었다.

H사의 북한산 의심 석탄 수입에 러시아 석탄 수입 전문업체 R사가 관계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R사는 과거 중국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속이고 납품하려다 적발돼 제재를 받은 업체다. 자유한국당은 판로가 막힌 R사가 H사를 통해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속이고 국내에 들여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北 석탄 시세 절반에 중국·러시아에 대량 유통… 낮은 가격 의심했어야”

7일 오후 경북 포항신항 제7부두 정박한 진룽(Jin Long)호 앞에 하역한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을 트럭에 싣고 있다./김동환 기자
석탄 업계 관계자는 9일 “중국·러시아산 석탄의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할 경우 북한산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며 “북한산 석탄이 국제 시세의 절반 가격으로 상당수 중국에 수출되고 일부 러시아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반입되는 북한산 무연탄의 가격은 러시아산이나 오스트레일리아산 대비 63~66%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북한산 무연탄을 수입하는 국가는 중국이 거의 유일하지만, 일부는 중국을 통해 러시아로 흘러들어 간다. 대중 무연탄 수출은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이다.

업계에선 남동발전이나 H사가 북한산 석탄이 국제 시세의 절반 가격에 중국과 러시아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리 없다고 주장한다. 러시아산 무연탄을 t당 96달러에 납품한다고 했다면 원산지를 의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남동발전의 석탄 수입 입찰에 5개 회사가 응찰했다. H사는 t당 96달러를 적어내 입찰자로 선정됐다. 나머지 4개사는 각각 123.96~142.4달러를 제시했다. H사보다 22~32% 높은 금액이다. 입찰에 참여했던 나머지 4개사 모두 대규모 수입업체였는데도 가격 경쟁에서 H사에 밀렸다.

수입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비슷한 시기 무연탄의 국제 시세는 t당 110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H사가 국제 시세보다 13%나 저렴한 입찰가를 제시했는데도 남동발전은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고 계약을 맺었다.

정부는 무연탄을 분석해서는 원산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얘기는 조금 다르다. 북한산 무연탄의 경우 품질이 떨어져 구분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원탄 품질은 우수하지만 채굴 기술이 낙후돼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다고 한다. 실제 이런 이유로 중국에 수출된 무연탄이 북한으로 대거 반품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 얘기를 들어보면 북한산은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분 분석으로 구분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 “판로 막힌 R사, H사에 석탄 넘겨줬나”

북한산 의심 석탄을 수입한 H사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R사의 홈페이지. 러시아 자원을 전문으로 수출한다고 자사를 소개하고 있다. /홈페이지 캡쳐
H사는 2014년 11월 자본금 5000만원을 들여 설립한 소규모 업체다. 2016년 매출 38억원에, 영업이익 6450만원을 기록했다. 상근 직원은 대표와 감사 등 두명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정도 규모의 업체가 러시아산 석탄 9700t을 들여와 한국전력 자회사에 납품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전의 또다른 자회사인 동서발전과 석탄 거래 계약을 체결한 업체들은 러시아 광산업체 중 1~2위를 다투는 카보원(연매출 7조원 규모 추정), STX(2017년 매출 : 1조8000억원), 동서자원(2017년 매출 :646억원), 대신자원(2017년 매출 : 521억) 등으로 사업 규모를 비교하기 힘들다.

소규모 업체인 H사의 석탄 수입에는 또다른 러시아 석탄 수입업체 R사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에 따르면 동서발전은 지난해 3월 R사의 석탄 출처가 의심된다고 당국에 신고했다. 이로 인해 R사는 2017년 6월 20일 ‘계약불이행’을 사유로 ‘부정당업체’ 제재를 받았다. 부정당 업체 제재를 받은 업체는 일정 기간 정부 입찰에 응찰할 수 없다.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도 입찰 평가에서 감점 조치를 당한다. 동서발전은 이 일 이후 R사로부터 석탄을 일절 수입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R사와 관계가 있는 H사가 북한산 의혹을 받고 있는 석탄을 남동발전에 납품한 것이다. R사는 H사가 러시아에서 석탄을 들여오던 2017년, H사에 대해 4억4150만원 규모의 연대보증을 서줬다. R사의 2대주주가 H사의 임원을 지내기도 했다. R사의 본사는 부산광역시에 있지만, H사가 소재한 경북 포항에 주요 사업장을 가지고 있다.

당시 R사가 수입하려던 중국산 석탄의 행방도 묘연하다. 자유한국당 일각에선 R사가 원산지를 속여 수입한 석탄을 H사를 통해 남동발전에 납품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북한 석탄 최대 수입국이라는 점에서 R사가 당초 러시아산으로 속인 중국산 석탄도 북한산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국당 측은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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