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회] 이런 人事가 검찰을 또 망친다

최원규 사회부 차장
입력 2018.08.02 03:14

盧정부 청와대 파견 검사는 승진, 前정권 파견 검사는 좌천
이런 줄세우기 코드 인사 보며 검사들 무슨 생각 하겠나

최원규 사회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쓴 책에서 "검찰 개혁의 핵심은 인사(人事)"라고 했다. 검찰의 정치 중립을 지키되, 인사권을 통해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보기에 따라선 모순되는 이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인사가 공정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 정권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달 검찰 중간 간부 인사 때, 한 부장검사가 비교적 한직(閑職)인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났다. 공안검사로 능력을 인정받던 그였다. 일종의 문책성 인사다. 이유를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2013년 대검 공안과장이던 그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에다 선거법 위반(선거 개입)까지 적용하려는 것에 반대했다고 한다. 줄기차게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해온 현 정권 입장에선 그가 마뜩잖았을 것이다.

원 전 원장은 기소된 지 4년 10개월 만인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선거법 위반 인정 여부를 놓고 재판부별로 시각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판단이 어려운 문제였다. 그렇다면 수사 과정에서 판단이 달랐던 것 역시 문제 될 게 없을 것이다. 그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얘기도 나온 게 없다. 그런데도 현 정권과 생각이 달랐다고 문책 인사를 하는 건 누가 봐도 공정하지 않다.

문 대통령 책에는 이런 부분도 나온다. '강단 있는 검사라도 인사 문제 앞에서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검찰 간부는 해마다 보직 인사를 받는데 두 번만 한직으로 발령이 나면 회생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이런 생각에서 그 인사를 한 것이라면 치졸한 일이다.

당시 수사팀 일원으로 그 검사와 반대편에 섰던 박형철 부장검사는 현 정권 들어 청와대 반(反)부패비서관에 임명됐다. 그 역시 박근혜 정부 때는 고검으로 연이어 배치됐고 결국 사표를 던졌던 아픔을 갖고 있다. 필자는 두 사람 다 판단이 달랐을 뿐 잘못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정권들이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보복 인사를 한 것이다.

그 점에서 현 정권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검찰 동기 중에서 승진 1순위로 꼽혔던 권정훈 대전지검 차장검사는 지난 6월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자 사표를 던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민정수석 밑에서 민정비서관을 했던 '전력(前歷)' 이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검사들도 대부분 인사 불이익을 입고 있다.

반면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을 지낸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지난 6월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검찰 예산·인사를 총괄하는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됐다. 파격 인사다. 그의 특감반장 후임이었던 이성윤 검사장은 대검 반부패부장이 됐고, 그 뒤를 이었던 조남관 대검 과학수사부장도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서울중앙지검 2·3차장을 비롯해 이른바 '적폐 청산'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 상당수는 그대로 유임됐다. 서울중앙지검은 검사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유임 자체가 특혜다. 또 이 전 대통령의 다스 비리를 수사했던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에 임명됐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안 봐도 뻔하다.

현 정권은 야당일 때 "검찰에 '우병우 라인'이 있다"며 공격을 퍼부었다. 그래놓고 너무도 뻔뻔하게 자기 사람 챙기면서 검사들을 줄 세우고 있다. 이걸 보면서 검사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정권 눈치 보면서 검찰은 또 망가질 것이다.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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