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이 근로자간 격차를 심화시켰다… 이럴 줄 알았으면 30년 노동운동 안했을 것"

이기훈 기자
입력 2018.07.26 03:00

민노총 출신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민노총도 책임이 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지금처럼 (근로자 간) 격차를 확대하고 심화시키고 구조화하는 거라면 나는 노동운동을 안 했을 것이다."

문성현〈사진〉 경제사회노동위(노사정위) 위원장은 25일 국회 환경노동위 업무보고에 출석해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과 질의 과정에서 "30여년간 나름대로 정의라고 여기면서 노동운동을 했지만 지나고 보니 정의가 아닌 게 있다. 거기에 민주노총도 책임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그동안 익숙했던 관행과 이별하고 새로운 미래로 향해 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대기업·정규직 근로자 위주인 민주노총이 기득권에 집착하면서 강경 투쟁 위주의 노선을 걸으면서 결국 근로자 사이의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취지로 보인다.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불참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나 전교조 (합법화) 문제 등 개별 사안과 연결해 큰 틀의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는 건 잘못"이라면서 "대립과 갈등이 아닌, 화합과 상생의 노사 관계를 만드는 데 민주노총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문 위원장은 또 "남북 관계에만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가 필요한 게 아니다. 사회적 대화에도 이런 원칙이 필요하다"면서 "들어왔다 다시 나갔다 하는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2009년부터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다 지난 1월 정부가 제안한 '노사정(勞使政) 대표자 회의'에 참석하는 방식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지난 5월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개편하자, 경제사회노동위와 최저임금위 등 사회적 대화 불참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현재 복귀 조건으로 ▲전교조 재합법화 ▲쌍용차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이 "민주노총이 임금이나 일자리 등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광주형 일자리'에도 반대한다"면서 "민주노총에 정말 진심 어린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이 같은 말을 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현대차 평균 임금(약 9200만원) 절반 정도인 3000만원 중반~4000만원대 임금을 받는 새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노조는 "정규직 임금을 하향 평준화하는 '중규직'"이라며 반대 입장이다.

문 위원장은 이런 민주노총의 '기득권 집착'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서울대 강연에서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은 대기업 정규직이 주도하는 노동자 운동"이라면서 "대기업 노사가 독점하는 부(富)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나눌 것이냐가 핵심"이라고도 했다.

문 위원장은 전노협 사무총장과 민주노총 금속연맹위원장, 민주노동당 대표 등을 지낸 대표적인 노동계 인사로, 민주노총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8월 노사정위원장에 취임했다.

문 위원장은 "내 남은 삶의 목표는 격차를 해소하는 노사관계를 만들고 민주노총이 거기서 어떤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 없는 사회적 대화'에는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문 위원장은 "지금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가 나오는 자동차와 조선산업 등은 민주노총 주력 노조가 속한 곳"이라며 "이런 곳에서 (구조조정 등을) 머리 맞대고 논의할 수 있으려면, 민주노총이 꼭 사회적 대화 기구에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A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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