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칭찬 글' 상 주는 행사에… 청사 내준 서울시

김선엽 기자 김은경 기자
입력 2018.07.13 03:00

평화이음 등 민간단체, 비핵화 합의 남북정상회담 기념 공모전
'통일 땐 核보유국' 영상이 최우수 논란… 박원순 시장은 축사

지난 7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4·27 남북 정상회담 감상작 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다. 공모전과 시상식은 평화이음,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민족재단 등 민간단체 4곳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시상식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축사를 하고 서울시가 장소를 지원했다.

주최 측은 4·27 판문점 선언을 보고 느낀 점을 영상, 수필, 그림에 담도록 해 제출받았다. 만 13~30세 미만이 참가 대상이었다. 수상자들은 10·20대가 대부분이었다. 영상 부문에서 최고상인 우수상을 받은 4분짜리 영상은 중학생 2명이 만들었다. 영상에는 "통일 한국은 핵 보유 국가"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으면 통일 한국이 핵보유국이 될 수 있어 좋다는 뜻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열렸던 4·27 남북 정상회담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작품이 최고상을 받은 것이다. 이 중학생들은 6·25전쟁에 대해서도 북한이 아니라 '미국과 소련이 전쟁을 해서 한민족이 분리됐다'고 표현했다.

이 외 수상작들도 북한 체제를 옹호하고 미국과 한국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다. 수필 부문 우수작으로 선정된 20대의 공모작엔 "천안함 사건 결과에 의문을 갖는 순간 종북, 빨갱이가 됐다. 살아남기 위해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배웠다"고 썼다. 또 "우리 사회 대부분의 모순과 역사 왜곡이 미국과 매국노들의 국정 농단에서 비롯됐다는 진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하나의 핏줄, 하나의 언어, 하나의 역사, 하나의 문화를 가진 북과 남은 원래대로 하나가 되어'라고 하신 말씀은 제가 생각했던 통일의 모습이었다"며 경어(敬語)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편향된 내용의 공모작에 상을 준 평화이음은 2015년 종북 콘서트를 열어 물의를 일으킨 황선씨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김종귀 변호사가 임원으로 있다. 황선씨는 2016년 2월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05년 10월 방북해 평양에서 딸을 낳은 것으로 유명하다. 평화이음은 지난해 9월 서울시에 비영리 민간단체로 정식 등록됐다.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에 따라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고, 공익활동 지원 사업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다.

공모전을 공동 주최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미국 대사관 앞에서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하며 반미(反美) 시위를 벌인 단체다. 이날 시상자로 참석한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민족정신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북핵 등을 이유로 통일을 막고 있는 것"이라며 "통일은 한민족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시상식 축사에서 "갑작스러운 해외 업무로 축하 인사를 영상으로 대신한다"며 "평화이음에서 뜻깊은 공모 사업을 진행하고 많은 청춘의 참여가 이루어진 점, 특히 우리 서울시청에서 시상식과 발표회를 진행하게 돼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소 지원을 담당한 시 관계자는 "당시 행사 내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정치성이나 영리성이 없는 것으로 보여 대관을 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 있는지 사전 검토하지 않고 빌려준 것이다. 시장 축사에 대해서는 "수상작들을 직접 읽어보진 않아 내용은 몰랐다"며 "공모전 취지가 좋다고 판단돼 축사를 보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A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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