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연장혈투 크로아티아, 4강전까지 732㎞ 달렸지만… 아무도 교체를 원하지 않았다

석남준 기자
입력 2018.07.13 03:00

[2018 러시아월드컵]
인구 416만명의 小國, 축구종가 잉글랜드에 연장후반 '극장골'

최근 한국에서 인기 휴가지로 떠오른 크로아티아는 이탈리아 동쪽에 있는 유럽의 작은 나라다. 면적은 세계 127위로 한국의 절반 정도다. 인구는 세계 129위(416만명)로 서울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소국(小國) 크로아티아가 큰 사고를 쳤다. 2018 러시아월드컵 결승(15일 밤 12시) 티켓을 따 낸 것이다. 크로아티아는 12일 열린 4강전에서 잉글랜드를 2대1로 꺾고 이미 결승에 진출한 프랑스의 상대가 됐다. 크로아티아는 경기 시작 5분 만에 프리킥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23분 동점골을 넣고 연장 후반 4분에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번 대회까지 다섯 차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크로아티아는 종전 최고 성적인 1998 프랑스월드컵 3위를 넘어섰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20위인 크로아티아가 결승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한 이는 별로 없었다. 크로아티아가 속한 D조는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아이슬란드가 속해 '죽음의 조'라고 했다. 크로아티아는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 때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 예상과 달리 크로아티아는 아르헨티나를 3대0으로 완파하는 등 조별 리그 3전 전승을 거두고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유럽의 작은 나라 크로아티아가 잉글랜드를 무너뜨렸다. 크로아티아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오른쪽에서 둘째)가 1―1로 맞선 연장 후반 4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린 후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는 모습. 대회 도중 한 명을 퇴출시켜 22명으로 대회를 치른 크로아티아는 결승에 오를 때까지 팀 전체가 732㎞를 뛰어다녔다.이미지 크게보기
유럽의 작은 나라 크로아티아가 잉글랜드를 무너뜨렸다. 크로아티아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오른쪽에서 둘째)가 1―1로 맞선 연장 후반 4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린 후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는 모습. 대회 도중 한 명을 퇴출시켜 22명으로 대회를 치른 크로아티아는 결승에 오를 때까지 팀 전체가 732㎞를 뛰어다녔다. /AP 연합뉴스

토너먼트에서는 힘겨운 싸움이 이어졌다. 덴마크와의 16강전과 러시아를 상대한 8강전 모두 연장전까지 승패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얻어냈다. 세계 주요 언론은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체력이 고갈되다시피 해 4강전에서 잉글랜드가 유리할 것"이라고 점쳤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예측이었다. 크로아티아는 잉글랜드전에서 143㎞를 뛰었다. 피로가 극에 달했을 게 분명한데 크로아티아는 정규 시간 90분이 끝날 때까지 선수를 한 명도 바꾸지 않았다. 즐라트코 달리치 크로아티아 감독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연히 선수 교체를 하려고 했지만 하나같이 '더 뛸 수 있다'고 했어요."

크로아티아의 주장이자, 세계 최고 미드필더로 꼽히는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는 "영국 언론이 (체력 문제를 들어) 우리를 저평가하는 걸 접하고 '오늘 지치는 쪽이 누가 될지 한번 보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모드리치는 이번 대회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604분을 뛰었다. 결승골을 터뜨린 마리오 만주키치(유벤투스)는 "우리는 이번 월드컵 내내 온 마음을 다해 뛰었다"고 했다.

크로아티아는 조별리그 1차전 나이지리아전에서 교체 출전을 거부한 니콜라 칼리니치를 퇴출시키고 22명만으로 월드컵을 치르면서도 결승에 오를 때까지 팀 전체가 732㎞를 뛰었다. 이는 서울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또는 서울에서 제주도에 갔다가 다시 부산에 가는 것과 비슷한 거리다. 그렇게 체력을 많이 쓰고도 크로아티아는 월드컵 역사에서 처음으로 세 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러 결승까지 오른 나라로 기록됐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축구 커뮤니티에는 "정신이 신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걸 크로아티아가 보여줬다"는 글이 올라왔다.

크로아티아가 아직 한 번도 차지하지 못한 월드컵 우승 꿈을 이루려면 1998 프랑스월드컵 4강전에서 1대2 패배를 안긴 프랑스를 넘어야 한다. 당시 득점왕을 차지했던 다보르 슈케르(50) 현 크로아티아 축구협회장은 잉글랜드전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내려가 후배들을 일일이 껴안아줬다고 한다.



조선일보 A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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