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말 '내란 음모'라 봤다면 왜 석 달이나 그냥 있었나

입력 2018.07.13 03:18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 논란을 보면 이상한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애초에 이 문건 전체를 보면 탄핵 찬성 촛불 시위대만이 아니라 탄핵 반대 태극기 시위대에 의한 폭동과 경찰력이 이를 막을 수 없게 된 극단적 최악 상황에 대한 대처 검토 내용이다. 나라가 무너질 상황을 상정한 대비 검토조차 할 수 없다면 군은 필요없는 존재일 것이다. 실제 그런 최악 상황은 없었고 당연히 검토 문건은 서류로 끝났다.

이 문건은 지난 3월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보고됐다. 송 장관은 수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와대에도 문건이 보고됐다고 한다. 청와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석 달이나 지난 10일 갑자기 특별수사 지시를 내리고 여당은 내란 음모 사건이라고 한다. 내란 음모 사건을 적발했는데 어떻게 석 달 동안 가만히 있나. 청와대가 보고받은 시점이 중요해지자 청와대는 "칼로 두부 자르듯이 딱 잘라서 말하기 힘들다"고 얼버무리고 있다. 어이없는 일이다.

이 문건은 촛불 시위대와 태극기 시위대의 대치가 첨예했던 작년 2월 국방부 공식회의 자리에서 검토를 결정해 작성됐다. 세상에 내란 음모를 공개회의에서 하는 경우도 있나. 이 문건은 비밀도 아닌 평문으로 분류돼 보관됐다는데 내란 음모 계획을 없애지 않고 보관하는 경우도 있나. 이 때문에 뒤늦은 계엄 문건 소동을 무슨 이유로 벌이는 것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소동을 보면 정권 출범 초 벌어진 '사드 보고 누락' 소동을 떠올리게 한다. 이미 TV 뉴스에 공개된 사드 반입 사실을 청와대만 모르고 있다가 무슨 큰 국기 문란이나 벌어진 듯이 소동을 벌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보고가 안 됐다고 할 수도 없었다. 대통령 지시니 계엄 문건 수사 결과는 내란 음모라도 있었던 듯 나올 것이나 실체를 바꿀 수는 없다. 정부가 먼저 '내란 음모'를 왜 석 달이나 방치하고 있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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