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회의서 ‘막나가는 트럼프’에 동맹국, 참모까지 불만

배정원 기자
입력 2018.07.12 17:07
유럽연합(EU)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막말과 억지에 동맹국 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백악관 참모인 존 켈리 비서실장조차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 시각) 전했다.

◇ 미국도 못 미치는 ‘4% 국방비 지출’ 주장

11~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첫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4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GDP(국내총생산)의 2%이상으로 늘리기로 2014년 합의한 내용에 대해, 29개 회원국 가운데 5개국만이 이 합의를 충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을 향해 “러시아의 포로”라고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회담에서 서로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 트럼프는 “GDP의 4%까지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는 미국(3.5%)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준으로, 이를 충족하려면 미국도 국방비 지출을 연간 980억달러(110조원) 넘게 늘려야 한다.

현재 나토 회원국들 중 GDP 대비 2% 넘게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는 곳은 미국·영국·그리스·에스토니아·폴란드·루마니아 뿐이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는 1.1~1.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 “독일, 러시아 포로” 막말에 나토 반발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의가 시작하기 전부터 독일을 공격했다. 유럽 경제강국인 독일이 러시아산 석유·가스 구매에 많은 돈을 지불하지만, 나토 분담금은 충분히 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트럼프는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라며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자신이 동독 출신임을 상기시키며 “독일의 일부는 소련의 통제를 받았던 경험이 있지만, 오늘날 통일 독일은 독립적으로 정책을 수행한다”고 반박했다. 주미 독일대사도 이례적으로 CNN에 출연해 트럼프 발언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공세에도 평소 침착한 태도를 유지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이례적으로 반격에 나섰다. 그는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서로를 보호하는 핵심 임무로 단결해야 한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트럼프와의 단독회담 전 트럼프 발언(독일은 러시아의 포로)에 대해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에 대한 거친 언사로 미국의 핵심 동맹을 타격했다”고 지적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들에 던진 ‘불신의 쇳덩이’가 서방의 단합을 파괴할 수 있다”고 전했다.

◇ 美 의원 비판, 백악관 참모마저 트럼프에 불만

미국 내부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인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주) 의원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가장 확고한 동맹국 가운데 하나를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트럼프는 나토 동맹국들보다 푸틴에게 더 충실하다는 매우 혼란스러운 신호를 줬다”고 비난했다. 앞서 트럼프가 벨기에행 비행기에 타기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적인지 친구인지 말할 수 없다”고 한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존 켈리(가장 왼쪽) 비서실장이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유튜브 캡처
심지어 백악관 참모도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의 조찬회담에서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라는 발언은 다시 하는 순간 테이블의 가장 끝에 앉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다고 WP가 지적했다.

켈리의 짜증스러운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화제가 되자 백악관은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제대로 된 아침식사를 기대했는데, 빵과 치즈밖에 안 나와 켈리 실장의 기분이 안 좋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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