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강’ 건넌 무역전쟁…미·중 갈등 장기화 조짐

남민우 기자
입력 2018.07.12 14:18 수정 2018.07.12 15:13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미·중 양국이 세계 경제를 놓고 브레이크 없는 ‘치킨게임’을 벌인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시도 이러한 우려에 우량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5일 만에 0.41% 떨어졌고, 중국 상하이지수도 1.8%가량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으로 미 기업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증시는 아직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 간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 미국, 中 수입액 절반에 고율 관세

당장 이번 통상전쟁의 출구를 찾기는 쉽지 않다. 무역전쟁의 표면적 원인은 중국의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지난해 3750억달러)지만 이면에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미·중 패권전쟁 등 복잡한 원인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맞불 관세’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미국 측에 꾸준히 협상을 제안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부과 방침 발표 직후 왕쇼우원 상무부 차관은 미국 측에 양자 협상을 제안했으나, 양측은 현재 추가 협상 날짜도 찾지 못하고 있다. 고위급 회담은 중단된 상태지만, 실무급 회담은 아직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2000억달러 상당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물린다고 발표하자 중국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베이징 증권사 객장 /연합뉴스
미국의 이날 발표는 예고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 ‘중국이 보복하면 중국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 5일에도 “(500억달러 외에) 추가로 2000억달러어치가 있고 3000억달러어치가 더 있다”고 압박한 바 있다.

◇ 美 관세 부과 속도에 놀란 금융계

시장 참가자를 가장 놀라게 한 건 전격적으로 이뤄진 관세 부과 속도다. 미국은 중국과 서로 500억달러씩에 대해 관세 인상을 주고받은 지 나흘 만에 ‘2000억달러 관세 추가 부과’ 카드를 꺼냈다.

중국 정부도 이렇게 빨리 후속 조치가 나올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지금까지 공식화한 대중(對中) 관세 대상은 2500억달러어치(1차 500억달러+2차 2000억달러)다. 지난해 미국 대중 수입액(5050억달러)의 절반이다. 중국이 반격에 나서면 미국은 중국 수입품 전체에 관세를 물릴 가능성이 있다.

알렉 필립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매우 깜짝 놀랄만한 행보였다”면서 “미국이 500억달러 중 160억달러어치의 관세를 발효한 이후에 추가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세 부과 대상도 산업재에서 소비재로 대폭 넓힌 것도 주목을 모은다. 지난번 500억달러 관세 리스트의 핵심은 항공부품과 반도체장비 등 첨단기술 제품이었다.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2025’를 겨냥했다. 이번 2000억달러 관세 리스트엔 첨단기술 제품 외에 TV부품, 냉장고, 진공청소기, 고등어, 참치, 등 소비재와 희토류 같은 원자재까지 포함됐다. 미 정부가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무역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 “중국 측 비관세 장벽 더 높일듯”

중국은 미국이 2000억달러 관세 부과를 발표한 지 4시간 만에 “국가의 핵심 이익과 인민의 근본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보복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중국은 대미국 수입액이 1300억달러에 불과해 트럼프 행정부에 더 강한 타격을 입히기 위해선 추가 관세 인상보다는 인허가 지연 등 비관세 장벽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CCTV는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폭탄 투하를 예고한 11일 미국 내부의 반발과 국제사회의 비판을 조명하는 보도를 집중적으로 내보냈다./중국 CCTV 캡처
그러나 중국도 해법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개헌까지 해가며 장기집권 기반을 다진 상황에서 미국의 통상압력에 굴복하면 리더십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1980년대 일본은 미국에 안보를 의존했기 때문에 미국과의 경제전쟁에서 순순히 물러섰으나, 중국은 일대일로 등을 통해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어 일본의 상황과 수평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틴 펠드스타인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의 목적을 정확히 밝힌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류허 부총리가 올해 두 차례 미국을 방문하면서 미국이 뭘 원하는지 몰라 난감해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미국 내 반발여론도 커지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이날 “2000억달러어치 물건에 세금이 붙으면 미국 가정, 농부, 노동자들이 일상에서 소비하는 물품 가격이 인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11일에도 중국을 향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 측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정책심사위원회 회의에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등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이 자리에서 미국 측은 “무역·투자 등 중국 주도의 중상주의적인 접근 방식은 무역 상대국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면서 “5년 전보다 상황이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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