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선현 경감 순직 애도기간, 동료들은 V자 그리며 '음주회식 인증'

박성우 기자
입력 2018.07.12 10:56 수정 2018.07.12 13:37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의 흉기에 찔려 순직(殉職)한 경북 영양경찰서 김선현(51) 경감의 영결식을 하루 앞두고 경찰청 소속 직원들이 ‘음주회식’을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경찰청은 일선 경찰들에 “김 경감 영결식이 끝날 때까지 애도기간을 갖고 음주·회식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하달했었다.

(故)김선현 경감 영결식 전날이었던 지난 9일 부산지방경찰청 인근 식당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들과 부산경찰청 과학수사계 팀원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가운데 SNS에 해당 사진이 올라와 물의를 빚고 있다. /뉴시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9일 저녁 부산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들은 부산지방경찰청사 인근 식당에서 회식했다. 회식은 ‘해운대 청부 살인사건의 현장검증(혈흔현장 재구성)’을 위해 부산을 찾은 국과수 직원들의 수고를 격려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회식에 배석한 일부 직원은 술병이 올려진 식탁 위에서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리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기도 했다. ‘회식 인증샷’이 올라온 다음 날인 10일에는 경북 영양군에서 경북지방경찰청장장(葬)으로 순직한 김 경감의 영결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당시는 김 경감 순직을 계기로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공권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시점이기도 했다. 부산지방경찰청 소속 일선 경찰관은 내부망에 ‘언제까지 경찰관이 죽도록 방치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경찰관을 폭행하고 대항해도 법원에 가면 솜방망이 처벌을 하니 제복을 입은 공무원들을 너무 만만하게 본다는 취지였다.
경찰청은 지난 8일 김 경감이 순직하자 일선 경찰서에 “‘전국 일선 경찰관들은 9일부터 10일 오전 11시 김 경감의 영결식을 마칠 때까지 애도 기간을 가지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복무기강을 다잡자는 뜻에서 ‘경찰관서 조기(弔旗) 게양, 근조 리본 패용, 음주·회식 자제’ 등의 구체적인 지침을 하달하기도 했다.

경찰청이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고 김선현 경감의 추모글 /경찰청 페이스북
이에 대해 부산지방경찰청은 “애도 기간 술자리가 있었던 사실에 대해 죄송스럽다”면서도 “원주에서 내려온 국과수 직원들이 밤 늦게까지 혈흔감정을 마무리하고 올라가는 길에 저녁식사 자리에서 반주 정도 한 것으로 술판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애도기간에 회식 인증샷을 올린 것에 대해서 경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경찰간부는 “공권력 강화해 달라면서 이런 식의 근무기강을 보이니까, 잡범마저도 공권력을 우습게 보는 거 아니냐”면서 “‘동료 경찰이 순직한 것은 순직한 것이고, 술도 한잔 못하느냐’는 생각으로는 경찰이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일선 경찰관도 “순직한 김 경감 애도기간에 동료인 우리만이라도 자제했어야 한다”며 “음주 자제라는 지시가 나오기도 했는데 ‘브이’ 그리며 웃는 사진을 SNS에까지 올린 것을 보면 도대체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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