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송은 노인 일자리 될 수 있죠"...78세 최고령BJ 오작교를 만나다

현민지 기자
입력 2018.07.12 10:19 수정 2018.07.12 16:58
올해로 78세를 맞은 최고령 BJ 오작교...12년간 꾸준히 젊은이들과 소통해
인터넷 방송은 노인의 일자리 될 수도

인터넷 방송의 열기에 고령층 스타급 진행자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유튜브나 아프리카 TV 등 인터넷 방송의 플랫폼 특성상 진입장벽이 낮아 노인층의 방송 참여도 활발해진 탓이다. 71세 유튜브 스타 박막례 씨의 경우 지난 해 1월부터 유튜브 방송을 시작해 지금은 구독자수가 46만 명이 넘고 많이 본 영상의 경우에는 조회수가 2백 2십만을 훌쩍 넘는다.

반면, BJ오작교’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78세 진명수 씨는 유명 아프리카TV BJ다. 누적 시청자 수는 380만 명을 훌쩍 넘는다. 흥미로운 점은 뒤늦게 인터넷 방송에 입문한 이들과 다르게 진 씨가 인터넷 방송의 역사의 산 증인이라는 사실이다. 별풍선 제도(이용자가 BJ에게 선물하는 유료 아이템)가 있기 전인 2006년부터 인터넷 방송에 뛰어든 진 씨는 올해로 방송을 시작한 지 12년이 넘은 베테랑 장수BJ다. 꾸준하고 잔잔하게 자신만의 인터넷 방송을 꾸려나간 셈이다. BJ오작교, 진영수 씨를 천안 삼거리 공원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진 씨는 “은퇴를 하고 뭘 하며 노년을 보낼까 하다가 젊은이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인터넷 방송에 입문했다”고 말했다. 하루에 1만 5백 명 이상이 진 씨의 방송을 방문한 적도 있을 정도지만 “방문자 수는 중요한 게 아니다”며 잘라 말했다. 너무 많은 접속자 수는 정상적인 대화를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진 씨는 자신의 방송에 접속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고, 개별적인 관심사 등을 물어보는 ‘소수정예식’ 상호작용을 우선한다. 시청자 중 하나가 ‘이제 곧 군대 가는데, 잘 다녀올 수 있겠죠?’라고 물으면 “군대 다녀온 사람들이 뭐든 잘해요, 분명 잘할 거예요”라고 따뜻한 덕담을 해주거나 “안동에서 시청하고 있어요”라고 인사하면 “많이 웃으면서 사셔야겠네. 안동의 하회탈처럼”과 같이 재치 있는 인사로 돌려주는 식이다.

시청자들에 대한 애정은 방송국 게시판 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2017년 12월에 ‘BJ오작교는 우리의 보금자리‘라는 제목으로 “여기에 보금자리를 정했습니다, 상석 아랫자리는 없습니다, 모두 같이 어울리는 합석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읽은 구독자들은 최근까지도 “할아버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자리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답글을 통해 진 씨의 방송에 대한 고마움을 남기고 있다.

12년 째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는 최고령BJ 오작교/ 현민지 기자
방송을 오래 하다 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진 씨는 “남녀 한 쌍이 내 방송에 채팅하다가 실제로 만나서 가정을 꾸렸다”며 덕분에 부부가 찾아와 식사를 대접했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럼에도 진 씨는 요즘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방송 시장이다. 진 씨는 “많은 BJ들이 유튜브로 넘어가지 않았냐?”고 되물으며 “변화가 너무 급작스러워서 따라가는 게 쉽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방송을 하고 있는 BJ 오작교의 모습 / 아프리카TV 방송 캡쳐
또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로서 방송의 가능성을 강조한 진 씨는 “개인방송은 노년의 일자리다”라며 살아있는 동안 더 새로운 방송으로 젊은이들과 따뜻한 소통을 꿈꾼다고 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제대로 된 비디오 카메라 장만이다. 새 카메라를 사서 야외방송을 하는 등 콘텐츠의 범위를 넓혀보고 싶다는 78세 BJ의 꿈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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