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에 장영실·홍대용·최무선… 우리 과학기술인들 이름 붙였어요"

영천=김승현 기자
입력 2018.07.12 03:21

전영범 보현산천문대 책임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보현산천문대
측우기와 해시계를 발명한 장영실, 지동설(地動說)을 주장한 홍대용, 근대 천문기상학을 개척한 우리나라 최초 이학박사 이원철…. 한국의 역사를 대표하는 과학기술인들이 밤하늘에 소행성으로 빛나고 있다.

화성과 목성 사이 무명의 소행성들에 이름을 붙여준 이는 한국천문연구원 보현산천문대 전영범(58·사진) 책임연구원. 2002년부터 자신이 발견한 소행성 120여 개 중 10개에 한국 과학기술인들 이름을 붙여왔다. 고려 말 화약을 만든 최무선, 동의보감을 편찬한 허준,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 조선 후기 천문역산의 기반을 닦은 서호수 등이다.

"국제천문연맹으로부터 소행성 최초 발견자로 인정받으면 두 달에 두 개씩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연구원 동료들과 논의를 거쳐 뛰어난 업적을 남긴 우리 과학기술인들을 선정했죠. 그분들이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경북 영천 해발 1124m 보현산 정상에서 25년간 일해온 그는 책 '천문대의 시간 천문학자의 하늘'을 최근 펴냈다. "천문학을 생소하게 여기는 이들에게 천문학자는 어떻게 사는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천문학자들은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많죠. 실제로는 정시 출퇴근을 합니다. 밤새우는 기간은 1년에 1~2주 정도예요. 한국천문연구원의 관측용 망원경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그 정도뿐이거든요."

1980년 부산대 물리학과에 입학한 그는 우연히 들었던 천문학 수업에 매료돼 천문학자의 길을 택했다. 1992년 천체사진 관측 전문가로 한국천문연구원에 입사했다. 그는 직접 찍은 천체 사진을 모아 지난 3일부터 사진전도 열고 있다. "천문대에서 별을 보고 시를 읊어보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그중에서 세계를 들썩이게 할 천문학자가 나온다면 또 하나의 소행성 이름으로 영원히 남을 수 있겠죠."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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